(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기업들이 잇따라 해외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원·에너지 분야에 집중되었던 중국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이 최근에는 금융업·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기업이 M&A 성사를 기뻐하기보다는 ‘포스트 M&A’과정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칭커(淸科)연구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30개에 달해 2009년 하반기 25건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M&A 거래액수도 66억7700만 달러에 달해 동기대비 158.6%나 늘어났다. 작년 상반기 중국기업의 해외 M&A는 총 13건(25억8182만달러)에 그쳤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 사업에서 에너지기업은 여전히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해양석유(CNOOC)가 지난 3월 31억 달러를 투자해 아르헨티나 원유기업인 브리다스에너지 홀딩스(BEH) 지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 현재 CNOOC는 영국 석유회사 BP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에너지·자원업계에서 이루어진 M&A 건수는 총 11건, 거래액수도 54억9800만 달러에 달해 전체 액수의 82.3%를 차지했다. 그러나 작년의 97.3%에 비하면 훨씬 줄어든 수치다.
칭커연구센터의 한 애널리스트는 “에너지·광물 등 희소성자원을 둘러싸고 각국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해외 자원기업 사냥은 앞으로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에너지·자원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실제로 중국기업들도 점차 다양한 분야에서 M&A를 추진하며 핵심기술이나 브랜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중국 금융회사들도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M&A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국외 은행의 선진기술 및 경영모델 도입을 주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지리(吉利)자동차가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볼보를 인수했다. 또한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모 민간 유통업체가 이태리 명품브랜드 프라다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매체에 보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기업의 해외 M&A 열풍에 대해 독일 지멘스 그룹 M&A사업부 한 임원은 “중국 기업들 대부분은 싼 값으로 나온 M&A 매물을 노린다”면서 “사업전략이나 경영조직 등 중요한 문제는 오히려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M&A 성사가 아니라 M&A 성사 이후의 기업통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과거 레노보는 미국 IBM PC부문 인수 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류촨즈(柳傳志) 레노보 회장은 "인수합병 후 가장 큰 어려움은 문화적 차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기업이 서양기업을, 혹은 저가 브랜드가 고가 브랜드를 인수할 때 조화롭게 두 회사를 통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국기업들이 인수합병 후에도 해외시장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조사연구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baeinsu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