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 스마트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2010-07-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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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비싼 기기 값, 만만치 않은 통신비, 애플리케이션 이용료에 이것저것 부대 비용까지 주머니를 홀랑 털어감에도 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을까.

요즘 사람들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전철, 버스, 심지어 화장실 안에서도 어디 앉을 데만 있으면, 아니 서서도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혼자 히히 웃고 중얼거리고 그런다.

이런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가 자기 트위터에서 아이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소통을 시도한 게 몇 달 전인데 KT가 앞장서 어느새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관공서에 아이폰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눈 깜짝할 새 수십만대가 팔려 나가자 언론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돈 벌었다는 새파란 젊은이들을 신문에 등장시키고 출판사들은 '아이폰 사용법', '아이폰 문화'에 대한 책들을 앞다퉈 서점에 내놓는 기동성을 발휘했다.

여기 저기 아이폰 강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즈음 "쯧쯧, 기회 놓친 삼성은 큰일났군" 하며 혀 차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급기야 '구글, 삼성, SK가 안드로이드폰으로 손잡았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에는 애니콜에 이어 겔럭시폰이 대세'라는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은 이제 "역시 삼성이야", "삼성은 죽지 않아" 한마디씩 하며 '아이폰 4G의 안테나 부실 이슈'를 들먹인다.

아이폰 3G를 구입한 사람들은 "겔럭시폰을 기다릴 걸"하며 한숨도 쉰다. 도대체 스마트폰이 뭐길래, 아침 저녁으로 사람 맘을 싱숭생숭 변덕이 죽끓듯 하게 만드는지, "핸드폰이 전화기지 별거야?" 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떤 노인들은 전철 안에서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한심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저렇게 정신 사나워 가지고서야 나라에 미래가 있겠나? 에휴~"

이런 시선이 무색하게 정보기술(IT)과 한 몸처럼 사는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은 혁명이야, 혁명!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경제활동, 정치 문화 모든 분야의 혁명이라구"하며 점점 더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들고 있다.

극과 극으로 갈리며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 또는 계층간 정보 접근의 차이와 혜택의 차별 현상)'를 만들어 내는 이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젊은이들을 홀리고 세대를 이간질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빈부격차를 더 확대하는 몹쓸 기계일까. 아니면 젊은이들 주장마따나 문명사적 의의가 있는 라이프스타일 혁명의 총아이며 새로운 글로벌 밥벌이의 수단일까.

아쉽게도 아직은 이 두 주장 사이에서 헤매며 부화뇌동하는 민심이 더 많은 것 같다. 대다수는 '스마트 폰이 이것 저것 기능이 많지만 사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좀 불편한 핸드폰'이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애용자들은 한숨쉴지 모르지만,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의 추상적이고 관념적 의의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제일 알고 싶은 건 '스마트 폰이 그렇게 훌륭한 기계라면, 나에게 얼마를 벌게 해줄 수 있지?'가 아닐까. 아직도 사람들은 의심한다. 스마트폰이 공연히 돈만 쓰게 만드는 애물단지는 아닌지.

'스마트폰'의 경제효과가 어서 나타나야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문화가 인정받을 수 있다. 아쉽지만 아직은 그렇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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