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010 번호통합의 딜레마

2010-07-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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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정부가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전체회의에 010 번호통합 방안을 상정해 정책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010 번호통합과 관련 공청회·토론회·간담회 등이 열렸지만 통신사, 시민단체 등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합의점 도달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업체 간 서로 다른 의견과 통합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통합정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번호통합이 필요하진 않지만 미래를 위한 번호자원 확보를 위해 통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방통위는 010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80%가 넘을 경우 통합정책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정보통신부의 기조를 이어 받았다.

따라서 010 가입자가 80%를 초과한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통합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번호통합에 대한 배경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번호통합 강행은 사회적 문제로도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01X 번호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가입자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번호통합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3세대(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010 통합정책은 '황금주파수'를 독점해온 SK텔레콤의 011 식별번호 브랜드화 문제, 번호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방통위의 전신인 정통부가 지난 2004년 12월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 환경이 변화하면서 통합정책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번호이동 제도 활성화로 식별번호의 브랜드화가 사실상 해소됐고, 번호자원 확보도 미래를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시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정책 결정이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정책 환경의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박준선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장은 "통신환경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며 "미래를 대비하는 번호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사업자나 이용자가 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번호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합정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정책적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강제 번호통합에 따른 불편함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01X 사용자들은 대부분 번호이동을 하지 않은 장기 가입자들이다.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이 넘게 번호를 바꾸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통합정책으로 번호를 변경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의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이통사가 번호변경 알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100%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휴대폰 번호로 개인사업을 하거나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01X 가입자들은 강제 번호통합 우려와 함께 최근 쏟아지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부분 스마트폰이 3G폰으로 출시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3G폰과 스마트폰 위주의 라인업을 하고 있어 2G폰은 구하기도 힘들다.

방통위가 합리적인 정책방안을 내놓기 위해서는 01X를 이용하고 있는 소수의 사용자들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자들의 정치적인 논리에도 휘말려서는 안된다.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를 만족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세심한 배려의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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