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국내기업이 독점하고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일본 수출업계가 뛰어들면서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이 가격경쟁력과 시장선점 효과로 실적 우수와 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8일(한국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기업은 전통적인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이머징 빈곤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3년간 일본의 대미 수출은 20%에서 16%로 줄어들었지만 이머징마켓 수출은 25% 이상 늘어났다.
일본 가공식품 전문 업체 닛신은 지난해 인도에서 포장 사이즈를 줄이고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단가를 낮추는 것은 물론, 인도인들의 입맛에 맞춘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닛신 인도 직원은 세 배 가량 늘었으며, 올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닛신 주가는 연초이후 6.70% 상승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는 소형 저가 모델로 이머징 시장 공략에 나섰다. 노리타케 요시노리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는 지난 3년간 인도와 일본을 30 차례 이상 오가면서 1만 달러 자동차 '에티오스'를 탄생시켰다. 그는 인도인들이 주차할 만한 마땅한 공간은 없지만 가족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스미토모케이컬은 모기 퇴치 효과가 있는 모기 방충망을 개발, 아프리카와 베트남 등에서 연간 40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산요전자는 우간다에서 태양열 LED 전구를 출시했으며, 소니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저가형 발전기를 개발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지난해 전세계 교역이 전년대비 12.2% 감소했지만 우리나라의 실질 수출액은 오히려 0.04% 증가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 시장을 공략한 결과로 분석된다.
SERI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의 시장이 커지고 우리나라의 신흥국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한국 수출의 세계 비중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전체 수출 중 대신흥국 수출비중은 지난 2005년 55.9%에서 작년 67.3%로 증가했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평균 2.65%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평균 2.81%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시장에는 아직 일본제품보다는 한국과 중국제품의 인지도가 월등히 높다. 삼성전자와 LG는 TV·냉장고 등 대형가전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일본 히타치나 소니 등의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인도 뭄바이의 한 현지인은 “일본 브랜드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혼다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일본 제품인지 모르지만 삼성과 노키아는 인도에서 익숙한 브랜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시장점유율(M/S)을 바탕으로 국내기업의 우세를 점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의 5조원 영업이익 달성을 비롯하여 국내기업은 이머징 마켓에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반기에 호황을 누렸다”며 “앞으로 방어수성전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점한 포지셔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엔화 강세로 국내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며 “중국과 브릭스(BRic) 경기 둔화폭이 크지 않는다면 가격경쟁력에서 우수한 국내기업들이 하반기에도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기업은 이머징마켓에서 인지도와 점유율로 일본기업을 제친지 오래”라며 “MS 1위 기업효과가 존재하는 만큼 일본기업과의 격차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머징마켓 수요를 흡수하며 국내기업은 하반기에도 우수한 기업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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