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중소 선사 기강잡기 나섰나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국내 해운 '빅4' 중 하나인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중소 해운사의 회생안을 거부, 해당 업체의 '기업회생절차' 인가가 무산됐다. 이로 인해 해당 선사의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대한해운은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선주협회의 수장인 이진방 회장이 오너이어서, 업계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티피씨코리아에 대한 법정관리 인가가 의결정족수로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는 티피씨코리아의 전체 채권 가운데 26% 소유한 대한해운이 티피씨코리아가 제시한 변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한해운을 제외한 나머지는 채권단은 이번 회생안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티피씨코리아에 대한 법정관리 인가가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이 별다른 이견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해운도 처음에는 티피씨코리아가 제시한 변제안을 찬성했던 걸로 알려졌다.

티피씨코리아 관계자는 "사전에 최대 채권사인 대한해운과 이번 회생안에 대해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이 중소 선사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한해운과 용선료 지불 등으로 채무관계에 놓인 중소 선사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소 해운업체 관계자는 "대한해운은 많은 중소 선사들에게 배를 빌려주고 있다"며 "티피씨코리아의 사례를 통해 대한해운이 이들 업체들에 대한 기강잡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해운 관계자는 "티피시코리아가 제시한 5년 상환 유예는 현재로서는 받아들기 힘들다"며 "이를 조정하기 위해 채권단 회의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해운을 비롯한 티피씨코리아 채권단은 다음주에 채권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중견 해운사인 티피씨코리아는 지난해 삼선로직스 등으로부터 450억원 가량의 용선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을 겪어오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 티피씨코리아의 전체 채무액은 17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담보채권 175억원이고, 나머지는 회생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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