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영등포에 사는 정씨는 지난 달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2살 박이 딸이 부엌 수납장 정리를 위해 꺼내 둔 주방세제를 마시려고 한 것.
영·유아 중독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영·유아 중독사고는 가정내외에서 방치된 가정용 화학제품이나 의약품을 잘못 섭취하거나 흡입해 발생하는 비 의도적 급성 중독사고를 말한다.
한국 소비자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의약품과 화장품, 화학제품으로 인한 영·유아 중독사고가 97건 발생해 만 14세 이하 어린이 중독사고의 92%를 차지했다.
미처 파악되지 않은 사고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영·유아 중독사고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모든 것을 입에 넣어 인식하는 5세 미만 영·유아 부모의 방심은 금물이다.
품목별 중독사고 비율로는 세제류, 살충류를 포함한 의약품·화학제품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았고 장난감, 생활용품, 음식물 등이 뒤를 이었다.
영·유아 중독사고 분석에서 54%로 가장 많은 발생율을 보인 화학제품으로 인한 사고의 대부분은 영·유아가 해당 물질을 섭취하면서 발생했다.
화장품, 향수 등 관심을 자극하기 쉬운 물품뿐 아니라 소량으로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살충제와 세정제 등은 영·유아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표백제, 빙초산 등 부식성 화학제품은 화상을 야기할 수 있고 라이터, 양초 등은 화학적 폐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더 큰 주의가 요구된다.
의약품 역시 영·유아에게는 위험의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보호자 주의 없이 의약품을 복용해 응급실을 찾는 12세 미만 환자의 수가 연간 6만 명에 달한다.
심장약, 혈압약, 수면제 등의 전문의약품들은 소량이라도 상당한 독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보건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오히려 부모들이 당황해 응급치료가 늦어지거나 잘못된 상식으로 자가치료를 실시해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시에는 곧바로 (국번 없이)1339나 지역 응급의료정보센터에 전화하고 중독을 일으킨 유발제품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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