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동원가(家)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6년 만에 다시 증여하면서 절묘한 세테크라는 평을 받아 눈여겨진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재철(75) 동원그룹 회장 부인인 조덕희(72)씨는 두 딸 은자(45)ㆍ은지(42)씨에게 각각 한국투자금융지주 보통주 20만주(59억8000만원)와 10만주(29억9000만원)를 전날 증여했다.
전날 한국투자금융지주 종가는 3만원대가 무너지면서 2만9900원으로 밀렸다. 앞서 5월 27일 기록한 52주(365일) 최저가 2만7800원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동원가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증여한 것은 2004년 2월 27일 이후 6년 반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당시 금융ㆍ산업 부문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면서 장남인 김남구(48) 한국투자금융지주(옛 동원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이 회사 보통주 433만주를 증여했다.
이때 한국투자금융지주 주가는 역사적 최저가 수준인 6000원선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첫 증여 이후 연도별 종가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3만원을 상회했다. 2007년 11월에는 주력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 실적호전에 힘입어 지주 주가가 9만원에 바짝 다가서면서 사상 최고로 치솟기도 했다.
증권가는 두 차례 증여가 모두 바닥 수준에 이뤄지면서 증여세를 최소로 줄였다고 평가했다.
세무당국은 상장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때 증여일 전후 4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증여세 과세표준은 증여 규모별로 1억원부터 30억원까지 나눠 10~50%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주가가 증여 이후 되오르면 절세 효과도 비례해 커진다.
증권가는 이번 증여를 뒤집어 보면 오너 일가가 이 회사 주가를 바닥으로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여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은 모두 수증자에게 돌아간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증여 시점이 주식을 매수할 최적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사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한 것일 뿐 증여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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