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소액 지급결제망 참가금을 놓고 은행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증권업계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현격해 중재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6일 지급결제망 참가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증권사들이 참가금을 내고 지급결제망 공동 사용에 동의했지만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결국 본전 찾기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과 증권 두 업권 간의 갈등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나치게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인다면 해결책 마련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양측에 협의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5개 증권사가 납입한 참가금 4005억원 중 3200억원이 과다 계상됐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800억원만 내고 지급결제망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은행들이 자동화기기 유지비용으로 연간 수천억원씩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억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한국은행 총재 등 11개 은행 기관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참가금을 산출하면서 증권사에 최장 7년 분납의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는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에 적용했던 기준(5년 분납)보다 완화된 것"이라며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상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라면서도 "공정위 신고 철회를 협상을 위한 조건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상의도 없이 은행장들을 공정위에 신고한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자칫 증권업계에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양측이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은 물론 협력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 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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