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인근 건물에 의한 일조권 방해가 존재한다면 다른 건물 신축으로 방해가 늘어도 신축 건물주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남모와 고모씨 등이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서울 화곡동에 거주하는 남·고씨 등은 조씨가 자신들의 집 북쪽 방향에 기존 2층짜리 낙후건물을 허물고 4층 다세대주택을 새로 짓자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손해 발생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으나 2심은 "건물이 관계 법령에 적합하게 건축됐다 해도 사회 통념상 수인(피해의 정도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경우에 해당한다"고 조씨에게 부분적 손해배상 책임을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씨의 2층짜리 기존 건물이 있었을 때는 일조방해 진정이 없었고 새 건물이 들어서기 전 바로 옆에 5층짜리 인접 건물 신축으로 일조권 방해가 상당했다는 데 주목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인접 건물이 없을 때 기존 건물의 일조방해 정도가 수인한도를 넘지 않았다면 남씨 등에게는 수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고 밝혔다. 또한 "이후 인접 건물이 신축돼 일조권을 방해했다면 그 건물 소유자의 불법행위는 별론으로 하고 기존 건물 책임자는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기존 건물 대신 새 건물이 들어서 인접 건물의 그림자와 결합, 일조권 방해시간이 다소 늘어났다 해도 그런 사정만으로 새 건물주가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심 판단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다만 남씨의 경우 기존 2층 주택이나 인접 5층 건물만 있는 상태보다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일조시간이 3분의 1가량 크게 줄었고 집 가격이 하락한 점 등을 들어 조씨에게 23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은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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