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 타임비즈, 2010
박일호 뒷Book치기 북로거 park15@kef.or.kr blog.naver.com/ik15(구름을벗어난달)
<뉴요커> 수석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로 나뉜다. 몸을 뒤로 기대는(lean back)사람들이 있는 반면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lean forward) 사람들도 있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역시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세찬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물결을 일으키는 자가 될 것인지 물결을 타는 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물결에 휩쓸리는 자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마켓 3.0』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가 새로운 시장의 판도와 그것을 돌파하는 기업과 개인을 위한 통찰을 제시한다. 경영학, 특히 마케팅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들에게 코틀러 교수는 경외의 대상이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즈>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구루 4위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그의 대표작인 『마케팅관리』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함께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책 50권에 포함될 정도다.
마켓3.0은 우리에게 익숙한 규칙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저자는 마켓3.0 시대를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고 규정하며 화려했던 옛시절과 과감히 작별하라고 말한다.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마켓1.0 시대에 기업의 주된 관심사는 제품을 표준화하고 생산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었다. 그를 통해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고 이윤창출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정보화와 함께 열린 마켓2.0 시대는 ‘고객가치창출’로 대변된다.
소비자 역시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수용자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투영할 대상을 직접 찾아나서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했다. 그러다보니 고객 중심의 마케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전의 마켓2.0과는 다른 고객가치 창출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대, 마켓 3.0이 도래했다.
‘마케팅 3.0’은 궁극의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영혼(spirit)에 호소한다. 환경에 신경쓰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면 내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그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다. 현명한 기업들은 그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마케팅 3.0’이다.”
스칸다나비아의 디자인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도 2009년에 비용 절감을 위해 스타일리시한 기존 공식 서체를 기능성 높은 서체로 바꾸었다. 소비자들은 분노를 표출했고 트위터에는 온갖 억측들이 난무했다. 이 두 사건은 소비자들의 그러한 반발이 단순한 제품 개발 실패 그 이상이라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0시장에서는 어느 기업의 특정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 브랜드는 더 이상 그 기업의 것이 아니다. 3.0 시장에서는 사실상 ‘브랜드를 통제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브랜드는 이제 그 기업의 것이 아니고 소비자들의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새로운 오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의 행동을 브랜드 미션과 일치시키는 것 뿐이다.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한 기업, 그리고 기업가정신은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하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의미와 가치를 제공해주는 주체,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마켓 3.0’은 우리가 기업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모든 방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그 변화의 실체를 그 어떤 필치보다 정교하고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다 22쪽에 달하는 꼼꼼한 참고문헌은 신뢰를 더한다. 이 책을 비단 미래경쟁력을 대비하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 비정부기구(NGO), 미래의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들에게 일독하기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