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의 뒷북치기'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새로운 시장의 도래

2010-07-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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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3.0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 타임비즈, 2010

 박일호 뒷Book치기 북로거 park15@kef.or.kr blog.naver.com/ik15(구름을벗어난달)

 <뉴요커> 수석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로 나뉜다. 몸을 뒤로 기대는(lean back)사람들이 있는 반면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lean forward) 사람들도 있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역시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세찬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물결을 일으키는 자가 될 것인지 물결을 타는 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물결에 휩쓸리는 자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마켓 3.0』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가 새로운 시장의 판도와 그것을 돌파하는 기업과 개인을 위한 통찰을 제시한다. 경영학, 특히 마케팅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들에게 코틀러 교수는 경외의 대상이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즈>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구루 4위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그의 대표작인 『마케팅관리』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함께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책 50권에 포함될 정도다.

 마켓3.0은 우리에게 익숙한 규칙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저자는 마켓3.0 시대를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고 규정하며 화려했던 옛시절과 과감히 작별하라고 말한다.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마켓1.0 시대에 기업의 주된 관심사는 제품을 표준화하고 생산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었다. 그를 통해 더 많은 구매를 유도하고 이윤창출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정보화와 함께 열린 마켓2.0 시대는 ‘고객가치창출’로 대변된다.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이 등장했다. 고객의 이성(머리)과 감성(가슴)을 모두 감동시키기 위한 노력에 따라 경쟁우위가 갈렸다. 이제 3.0 시장은 감성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을 넘어서, 영혼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을 요구한다. 3.0 시장들을 리드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을 넘어서 좀 더 큰 미션과 비전, 가치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소비자 역시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수용자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투영할 대상을 직접 찾아나서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했다. 그러다보니 고객 중심의 마케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전의 마켓2.0과는 다른 고객가치 창출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대, 마켓 3.0이 도래했다.

코틀러는 한 인터뷰에서 마케팅의 진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설명했다. “초창기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생각(mind)에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회사 세제의 세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하는 식이다. 고객이 합리적이라면 품질 좋은 세제를 산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마케팅 1.0’ 방식이다. 여기서 한발 나아간 ‘마케팅 2.0’은 감성(heart)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당신도 세련된 패션리더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마케팅 3.0’은 궁극의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영혼(spirit)에 호소한다. 환경에 신경쓰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면 내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그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다. 현명한 기업들은 그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마케팅 3.0’이다.”

1980년대 중반, 소비자들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와 그 유명한 비빌 제조 방식에 대해 일종의 감정적인 유대감을 느낄 정도로 미국 대중문화의 일부분이었다. 그런데 1985년에 뉴코크(New Coke)는 출시 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에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뉴코크는 이런 유대감을 손상시켰고 소비자들은 이 신제품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스칸다나비아의 디자인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도 2009년에 비용 절감을 위해 스타일리시한 기존 공식 서체를 기능성 높은 서체로 바꾸었다. 소비자들은 분노를 표출했고 트위터에는 온갖 억측들이 난무했다. 이 두 사건은 소비자들의 그러한 반발이 단순한 제품 개발 실패 그 이상이라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0시장에서는 어느 기업의 특정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 브랜드는 더 이상 그 기업의 것이 아니다. 3.0 시장에서는 사실상 ‘브랜드를 통제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브랜드는 이제 그 기업의 것이 아니고 소비자들의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의 새로운 오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의 행동을 브랜드 미션과 일치시키는 것 뿐이다.

시장은 이제까지의 양상보다, 그리고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단언컨대 기업을 포함해, 생존과 번영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은 ‘공동창조’와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그 중심에 놓지 않고는 이 변화를 헤쳐 나갈 수 없다. 누가 그렇듯 네트워크와 공존하며 협력하는 법을 가장 빨리 배우느냐에 따라, 향후 비즈니스의 지도가 뒤바뀔 것이다. 이제 ‘제때 월급을 두둑이 주는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일류 인재를 유치할 수 없을지 모른다.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한 기업, 그리고 기업가정신은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하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의미와 가치를 제공해주는 주체,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마켓 3.0’은 우리가 기업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모든 방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그 변화의 실체를 그 어떤 필치보다 정교하고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다 22쪽에 달하는 꼼꼼한 참고문헌은 신뢰를 더한다. 이 책을 비단 미래경쟁력을 대비하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 비정부기구(NGO), 미래의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들에게 일독하기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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