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춤추는 햄스터가 자동차 판매왕이 된 사연

2010-07-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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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마케팅 전문가들의 고민이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수요마저 급감해 작은 시장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지역성과 함께 통합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광고를 만들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광고시장에서 최근 동물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가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물 캐릭터는 문화나 언어 등 지역 특수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전략 없이 캐릭터로만 승부를 볼 경우 기업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캐릭터에 타깃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하라는 주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최근 귀여운 햄스터 캐릭터를 등장시킨 기아자동차 '쏘울'의 광고가 타깃 소비자층을 겨냥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인기몰이 중이라며 "춤추는 햄스터가 기아의 판매왕으로 등극했다"고 극찬했다.

'이것 혹은 저것(This or That)'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쏘울 광고는 지난 2월 미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 TV 중계 사이에 첫 선을 보였다. 광고에는 후드티를 입은 햄스터들이 등장해 '햄스테르담가'를 활보하며 쏘울에 관한 랩과 춤을 선보인다.

광고 제작사인 데이비드앤드골리앗의 데이비드 안젤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광고가 고도의 전략적 연구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쏘울 모델을 선호하는 'Y세대'에 대한 통찰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기아차 역시 "데이비드앤드골리앗이 신세대인 Y세대 직원들의 창의성을 백분활용했기 때문에 동년배인 쏘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기아차 미국법인의 광고를 도맡아 온 데이비드앤드골리앗이 처음부터 쏘울 광고를 성공시킨 것은 아니다. 특히 2008년 할로윈 시즌에 맞춰 시작된 쏘울 광고는 형편 없었다. 할로윈 복장을 한 이들이 등장한 당시 광고에 대해 콜린 제프리 데이비드앤드골리앗 이사는 "할로윈 복장만으로 미국 전역을 무대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비드앤드골리앗은 곧 쏘울의 이미지와 Y세대의 창의력을 대변할 수 있는 햄스터 캐릭터를 만들어 냈고 지난해부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당시 쏘울은 햄스터 가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 광고를 선보여 단숨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쳇바퀴를) 돌리는 새로운 방법(A New Way to Roll)'이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수십마리의 햄스터들이 도로 위에서 단조롭게 쳇바퀴를 돌리는 데 집중하다 갑자기 등장한 빨간색의 쏘울에 시선을 빼앗긴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광고가 단조로운 세단형 승용차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미국 자동차시장에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으로 무장한 박스카 '쏘울'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사실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안젤로 회장은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상큼한 이미지의 쏘울을 운전하는 햄스터는 쳇바퀴를 뒤로 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광고는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꼽은 '올해의 자동차광고'로 선정된 데 이어 전미마케팅협회(AMA)가 시상하는 실버 에피(Effie)상을 수상했다.

로이스 밀러 닐슨 오토모티브 대표는 "정말로 효과적인 광고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두드러지고 독특한 아이디어만 결합된다면, 누구나 기아차처럼 올해의 광고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은 기아차의 햄스터 광고는 올해 슈퍼볼 때 새롭게 제작ㆍ방영되면서 경쟁사들이 고전하는 가운데도 기아차가 선전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6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기아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5% 급증했지만 포드(11%)나 제너럴모터스(13%), 도요타(14%)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포춘은 기아차의 판매 호조는 경쟁사들이 광고비 지출을 줄일 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아차는 전통적으로 자동차 광고가 줄어드는 지난 1월 3개 모델에 대한 광고를 내보냈고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 중계시간에 쏘울 광고를 방영했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기아차를 팔고 있는 리퀴 버클리는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 이번달 처음으로 쏘울 재고가 동이 났다"며 "미 전역에 있는 쏘울 판매상 가운데 80%가 쏘울이 매진됐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쏘울 판매 증가에 힘입어 미국 내에서 기아차의 제품 이미지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마이클 스프라그 기아차 미국법인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과거 쏘울은 제품 가치보다는 기아차라는 기업 이미지 덕을 봤지만 쏘울 광고를 시작으로 기아차 제품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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