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준법감시 도입 10년-(上)] 리스크관리 역할 힘 실려

2010-07-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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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재발 방지 및 불완전판매 근절 주력 지위·보수 등 제도적 뒷받침 더 돼야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국내에 '준법감시인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준법감시 업무 강화가 경영의 핵심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에 실패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에 준법감시 업무의 중요성을 알렸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기존 감사 업무와의 중복성 해소와 고급 인력 확충 등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국내외 준법감시인 제도의 운영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진단한다.

 

   
 
 

50조원이 넘는 채무를 은행 내부에서는 전혀 몰랐다. 한 부서에서 판매한 파생상품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그 위험을 미리 감지하지 못한 까닭이다. 2년 전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이로 인해 파산 선언을 했고 158년의 전통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피소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기 혐의다.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증권 가격을 잘못 산정한 뒤 매입하도록 권유한 직원이 문제였다.

최근 국제 금융회사들 사이 화두는 리스크 관리로 이를 담당하는 '준법감시인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당내부거래나 불완전판매 등을 미리 관리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준법감시인 제도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준법감시인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 10년째로,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준법감시인의 역할에 힘이 실린다.

   
 
 
박성규 준법감시협의회 실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파생상품과 복잡한 투자기법 등이 등장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 발생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준법감시인의 기능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준법감시인은 현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내·외부 거래나 생산과정에서 법령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여부를 감독한다.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법률소송 위험을 예방하거나 줄이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증권업계를 비롯한 은행권은 이미 2008년 주가가 폭락하던 시기 준법감시 기능의 소홀로 줄소송을 당한 바 있다. 반토막 난 펀드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낸 집단소송이었다.

우리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펀드 상품의 위험성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불완전판매가 문제였다"며 "사상 초유의 집단소송으로 소송인원만 100명이 넘고 100%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응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예금 고객을 상대로 펀드 판매를 한 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송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말 우리은행이 영업활동으로 원고나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5360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112건과 비교해 87%가량 증가했다. '우리파워인컴펀드' 등 펀드 반토막 관련 줄소송이 이어진 2008년에는 6256건까지 그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김영화 우리은행 준법지원부 부장은 "당시 이 같은 소송이 늘자 해당 부서마다 따로 처리하던 업무를 준법감시인과 준법지원부에서 다 관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현재 원고나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55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 298건과 비교시 153%나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10억원 이상의 소송건수만을 집계했을 때 △2008년 42건 △2009년 47건 △2010년 1분기 현재만 48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개 금융회사는 소송비용을 우발채무로 간주하고 있다. 소송으로 인해 제무재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패소할 경우 회사의 손실임은 분명한 사실로 은행권 한 전문가는 "소송에서 질 경우 이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처리될 뿐 아니라 회사 평판에도 금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준법감시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61개 증권사들은 총 338명의 준법감시인을 두며 기능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 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외국계 및 지방은행에서도 2001년 이후 준법감시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올해 4월에는 금융지주사의 준법감시인 선임도 의무화 돼 내부 통제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하지만 준법감시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과 달리 그에 걸맞은 지위나 권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화진 서울대 법대교수는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두고 임원급의 대우를 해주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조직 내 지위가 낮은 까닭에 각 임직원에게 정보 등을 요구할 경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수 역시 임원급의 3분 1수준으로 고급인력을 유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준법감시회협의회 측은 "선진국에 비해 도입기간이 짧아 조직 내외부적으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sommoy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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