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하반기 세계 경제 '급랭'…더블딥 공포 엄습

2010-07-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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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소비·제조업 이어 고용지표도 악화<BR>유럽·中 악재 맞물려 더블딥 공포 확산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악화되면서 하반기 세계 경제가 '급랭모드'로 빠져들고 있다. 주택ㆍ소비지표가 뒷걸음친 데 이어 미국 경제 회복을 주도해 온 제조업 경기마저 꺾이며 엄습한 불안감은 실망스런 고용지표로 인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맞물린 미국 경제의 급속한 냉각은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美 고용쇼크 경기회복 '찬물'
미국 노동부는 지난 2일 6월 비농업고용인구가 12만5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13만명)는 밑돌았지만 지난 3~4월 고용인구가 월 평균 20만명 가까이 늘었던 데 비하면 충격적이다. 미국의 고용인구가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폭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컸다. 노동부는 연방정부가 2010년 인구 센서스를 위해 고용했던 22만5000명의 조사인력을 털어낸 것이 고용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6월 실업률은 9.5%로 전달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65만2000명이 구직을 포기,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 데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달 전체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인구 비율은 0.3%포인트 감소했고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는 체감 실업률은 16.5%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빠지는 데 그쳤다. 평균 실직기간은 5월 23.2주에서 지난달에는 25.5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악화된 고용지표가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 실비아 웰스파고증권 애널리스트는 3일 블룸버그통신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회복 속도가 사람들의 기대만 못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짐 오설리번 MF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이디 쉬어홀츠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 노동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체질이 약해진 미국 경제가 기력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의 실업률은 내년 초까지 10%대를 맴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는 아예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5%로 깎아내렸다.

◇주택ㆍ소비ㆍ제조업 부진 악순환
고용지표의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주택ㆍ소비ㆍ제조업 부문의 부진한 성적표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 앞서 발표된 미국의 6월 제조업지수(56.2)는 올 들어 최저치로 추락했고 5월 잠정 주택 판매는 전달 대비 30% 급감했다. 6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52.9로 4개월만에 급락했다. 여러모로 소비진작이 절실한 상황에서 고용시장 침체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민간부문은 예상치보다 1만7000명 적은 8만3000명을 고용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제조업은 9000명을 흡수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는 2만5000명이었다. 그나마 건축과 소매부문은 각각 2만2000명, 6600명을 감원했다.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34.1시간으로 전달보다 0.1시간 줄며 4개월만에 감소했고 평균 시급 역시 22.23달러로 2센트 줄었다. 소득 감소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침체를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서 "기업들은 더블딥에 대한 우려로 고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고용 없이는 소비가 제한돼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경제는 정부의 도움 없이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유지할 모멘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추가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리만 베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일자리 부족은 소비를 제한할 것"이라며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반등세가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위기ㆍ중국 성장 둔화도 변수

유럽 재정위기 속에 나타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조짐도 더블딥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경기과열을 우려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긴축 움직임 속에 경기선행지수가 꺾인 데 이어 제조업의 성장세마저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중국의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지난달 52.1로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굴뚝 산업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일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11.4%에서 10.4%로 낮췄고 BNP파리바는 10.5%에서 9.8%로 조정했다.

아이삭 멩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막기 위해 취할 추가 조치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긴축행렬에 뛰어드는 사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실업률은 지난 5월까지 3개월째 10%를 유지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제프리 프랭클 전미경제조사국(NBER) 경기판단 위원회 위원은 "유럽 재정위기를 감안하면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럽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가장 큰 먹구름으로 향후 2~3개월 사이 경제지표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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