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추성훈(35·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오랜만에 옥타곤에 오른다.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서 펼쳐질 UFC 116 ´LESNAR vs. CARWIN´이 그 무대로 상대는 ´더 크리퍼(The Crippler)´ 크리스 리벤(30·미국)이다.
지난해 7월 ´UFC 100´에서 앨런 벨처(25·미국)를 상대로 옥타곤 데뷔전을 치렀던 추성훈에게 이번 매치업이 썩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모든 초점을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34·브라질)에 맞춘 상태에서 대전 상대가 갑자기 리벤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실바는 "동양인을 주식으로 삼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동양권 선수들에게 악명이 높다. 무시무시한 핸드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양손 훅과 한번 걸리면 끝장을 보고 마는 집요한 니킥 앞에 수많은 강자들은 나가떨어졌다. 때문에 실바와의 대전은 강자에 대한 도전과 더불어 동양 파이터들의 ‘대리 설욕전’이라는 명분까지 내걸 수 있는 아주 좋은 매치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바와 추성훈은 인연이 아닌 듯하다. 끊임없이 도전을 요구한 끝에 ´UFC 110´에서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주최 측의 갑작스런 경기변경으로 무산된 것을 비롯해 이번에는 실바의 부상 탓에 성사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상대 리벤과 격돌한다는 것은 추성훈 입장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실바처럼 강력한 돌주먹을 지닌 상대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네임벨류가 떨어진다. 오히려 리벤과의 경기는 압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자칫 리벤에 덜미를 잡힐 경우, 평생의 숙원이던 실바전이 성사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일단 리벤을 꺾고 다시금 실바와의 대결을 노크해야 하는 상황이다.
UFC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 TUF(The Ultimate Fighter) ´시즌1´이 낳은 스타 가운데 하나인 리벤은 깔끔한 테크니션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출신 강자들이 대부분 갖춘 레슬링 실력도 뛰어나지 않고, 주특기라고 내세우는 타격도 투박하다. 전략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UFC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리벤의 전적(20승6패)은 크게 나쁘지 않다. 판정승이 5경기밖에 없을 정도로 내용도 화끈하다. 그러나 ´기관총 펀치´ 마이크 ´퀵´ 스윅(31·미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름값 있는 강자들을 잡아내지 못해 타이틀 전선에서는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리벤의 가장 큰 무기는 강력한 맷집을 바탕으로 한 난타전 능력이다. 경기 내내 실컷 얻어맞다가도 특유의 뒷심으로 펀치를 꽂고 승부를 뒤집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황소´ 테리 마틴(30·미국)-´로마병정´ 알레시오 사카라(29·이탈리아)와의 경기가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추성훈은 무리하게 정면 타격전을 펼치기보다는 스탠딩-그래플링 등을 고루 섞어 지능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타격짐승´ 멜빈 마누프(34·네덜란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타격에서 밀려본 적이 없지만, 여러 공격옵션이 가능함에도 굳이 상대 영역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이 샌 듯하지만 오히려 압승의 부담까지 안게 된 추성훈이 리벤의 관문을 통과하고 실바와의 맞대결에 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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