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이제 중국으로 몰려가

2010-07-04 15:46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이 점차 ‘불법이민자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불법이민자 수입국’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팍스콘(富士康) 공장 연쇄자살사건 및 혼다 부품공장 파업에서 시작된 ‘임금인상 러시’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중국 내 공장주들은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급증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 불법이민자 수 급증

과거 중국인들은 일거리를 찾아 구미지역으로 대거 몰려가 불법으로 체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무렵 미국과 유럽으로 진입한 불법이민자 70만 명 중 상당부분은 중국인이었다. 1990년에서 2000년까지 10년간 호주에서 검거한 112척의 불법이민 선박 중 중국인 1600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검거된 1만4660명의 불법체류자 중 43.7%가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중국으로 몰려오는 이민자가 늘고 있다. 대부분은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온 불법이민자다.

중국 광시(廣西)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225차례 단속을 벌여 총 1820명의 불법이민자를 적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경 지역에서 불법으로 넘어오는 외국인 4839명을 저지했으며, 총 2218명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특히 이 중에는 베트남계 출신이 많다. 이들은 광시 동싱(東興) 핑샹(平祥) 등 중국 남부 수출관문지역을 통해 대거 중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불법이민자 대부분은 주장(珠江)삼각주 지역 내 공장 건설현장이나 근처 중국 남부 사탕수수 농장에서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 공장: 불법이민자 대량 고용

최근 임금인상 열풍으로 비용상승에 허덕이는 중국 내 공장주들은 불법 이민자 급증을 반기는 분위기다. 게다가 신세대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 기피 현상이 만연해지면서 노동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공장주들은 싼 값으로 외국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동관(東莞)에서 신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쩡샹뱌오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일도 열심히 하고 말도 잘 듣는다”고 말했다.

쩡 사장은 “이들은 한달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5~16시간씩 일한다”면서 중국인 노동자, 특히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 노동자 중에는 이렇게 엄청난 작업량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쩡 사장은 전체 직원의 4분의 1을 외국인 이주노동자로 고용했다. 캄보디아·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쩡 사장은 덧붙였다.

불법 체류자가 하루 일하고 버는 돈은 겨우 5달러. 여기에는 각종 야근수당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임금의 무려 세 배에 달하는 액수다.

더군다나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중국계 동남아인이 많다. 이들은 광둥어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생활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베트남 출신 불법노동자인 하이리(海麗 18)도 중국어에 능숙하다. 2년 전 베트남에서 광시 동흥을 통해 불법으로 중국으로 넘어왔다.

하이리는 “중국 하이커우(海口)에서 매월 800위안을 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서는 매달 450위안밖에 벌지 못했다”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하는 베트남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경제 글로벌화 속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전세계 산업발전에 기여해왔다면 이제 그 임무를 동남아 등 기타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넘겨줄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외국인 이민 관리 시급

중국 정부도 최근 들어 점점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이민자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올해 11월1일부터 인구조사통계에 외국인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중국이 외국인 이민자 관리를 위해 내디딘 첫 걸음으로 해석된다.

천완즈(陳萬志) 중국 충칭시 정협부주석은 “중국 내에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가 있다”며 이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불법 체류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중국의 국가적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천 부주석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증가 추세는 글로벌 경제구조 속에서 중국이 지위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지쟈오(張繼焦) 중국사회과학원 이민문제 전문가는 “구미 지역의 선진국을 보더라도 이민자 수의 증가는 한 국가의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뿐만 아니라 해외 전문인력을 중국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baeinsu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