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우리 정부가 앞으로 있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에서 자동차 및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에 더 많이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학계와 국제통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진행될 한ㆍ미 FTA 실무협의에선 자동차와 쇠고기가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유ㆍ불리에 따라 보였던 이중적인 무역협상 태도를 이번 실무협의에서도 재연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더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벌여온 이율배반적인 협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86년 8월과 1991년 8월 두 차례에 걸처 체결된 미ㆍ일 반도체 협정이다.
이 협정은 지난 1985년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 반면에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 해 6월 미국반도체공업회가 일본제 반도체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덤핑 등의 혐의로 제소한 것을 계기로 체결됐다.
당시 협정문에는 △일본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사용자들에게 외국산 반도체 활용을 권장하고 △외국산 반도체의 일본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1991년까지 20%로 끌어 올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007년 6월 30일 한국과 미국 정상 간에 서명까지 마친 한·미 FTA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실무협의를 갖자고 요청한 것은 무역 불균형 등을 문제 삼았던 미·일 반도체 협상 당시와 유사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ㆍ미 FTA 실무협의에서 미 정부가 쇠고기와 자동차 분야에서 자국 업계의 강력한 재협상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협의 과정에서 한국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와 미국산 쇠고기의 추가 개방을 강력하게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ㆍ미 FTA 결과에 더해 추가적으로 내줘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는 그동안 자유무역을 강하게 주장해 오면서도 자국에 불리할 때는 이런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보여 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은 한국 내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과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연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간접적인 장치를 요구할 것”이라며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측에서 일방적으로 뭘 요구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판을 크게 벌리면 미국이 협정을 깨려고 한다는 인식을 주게 돼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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