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앞에는 최근 대구 수성구에서 올라온 아파트 입주자 예정자들의 시위로 연일 시끄럽다.
삼성물산이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해 전세값을 싸게 공급하면서 이에 불만이 쌓인 입주자들이 단체로 상경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각종 마케팅전략이 오히려 기존 계약자와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존 계약자나 입주예정자들의 항의 시위는 물론 건설사 상대로 한 고소 사례도 빈번해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북 청주의 금호건설 어울림 아파트에서도 시행사와 입주민들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시행사가 전체 세대의 약 10%에 이르는 미분양 물건을 털기 위해 분양가를 10~15% 정도 낮춘 것이 발단이 됐다.
공급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초 분양 가격으로 계약한 입주민들은 형평성 문제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할인된 분양가 만큼의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 한 입주자는 "현재 시행사측에서 미분양 물량을 원래 분양가인 3.3㎡ 800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낮춰 팔고 있다"며 "미분양 물건이 최고 1억원 이상 저렴한 셈인데 기존 계약자라면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는 사정이 더욱 안 좋다. 미분양 물량을 빨리 처분해 현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데다 기존 계약자들까지 브랜드 가치 등을 이유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S종합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이 워크아웃 결정 이후 분양가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가뜩이나 회사도 어려운데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건설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미분양을 해소하면서 기존 계약자와의 사이에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약 초기부터 입주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꾸준히 파악해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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