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제6차 대한체육회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대한체육회 제공 |
(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두산중공업 회장)은 비효율적이던 스포츠계를 효율적으로 바꿨다.
지난 40년간 체육계 논쟁이었던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를 통합해 국가올림픽위원회(KOC)중심의 통합기구로 출범시킨 것이다. 이번 통합으로 협회의 체질은 대폭 개선되고 효율성을 꾀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을 지휘한 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체육계의 평가다.
국내 기업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두산은 지난 1996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한다. 그해 한국네슬레ㆍ한국3Mㆍ한국코닥 등을 차례로 매각했다. 1998년에는 두산씨그램을, 2001년에는 두산의 모태이자 주력사였던 OB맥주까지 매각하며 두산이라는 간판만 빼고 모두 바꿨다.
당시 박용성 회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각종 구조조정에 적극 관여해 '미래기업 두산'의 밑그림을 그렸다. 박 회장이 말했던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다"라는 '걸레론'은 지금도 회자된다. 알짜 기업을 남기고 부실기업만 팔려고 하면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발 빠른 체질 개선으로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후 국내 대표 그룹들이 줄줄이 쓰러질 때 두산그룹은 오히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과감한 포기와 선택은 두산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게 했다.
효율성을 중시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를 통합·출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통합 후, 박 회장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사회 인원을 회장 포함 21명 이내로 축소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집행부는 대한체육회 이사가 47명,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과 위원이 89명으로 모두 136명이었다.
업무 성과가 중시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더 긴장감을 갖고 일해 직원들 사이의 경쟁체제도 확립됐다.
이에 앞서 박 회장은 대한유도회 회장으로 스포츠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스포츠계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 왔다.
스포츠계에 경영기법을 적용해 국제축구연맹(FIFA)이후 처음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도입했다. 스폰서 제도를 시행, 재정난에 허덕이던 국제유도연맹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바꿨다.
2002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전 세계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스포츠 외교 활동을 벌였다.
최근 박회장이 주력하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활동도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박 회장은 "다수 인사에 의한 중구 난방식 유치활동 사례를 지양하고, 대한체육회와 유치위원회·정부가 협력해 일원화된 창구를 마련하고 IOC위원들을 접촉케 하는 등 IOC위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유치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하우를 바탕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올림픽 유치를 위한 힘을 얻기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찬성을 적극 피력해 이 회장의 특별사면에 직접 힘을 보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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