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해림 기자)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유난히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오랜 세월 전근대성에 시달려온 탓일 것이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 새로움의 추구는 필연적으로 예기치 못한 피해나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올초부터 상장되기 시작한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양상이 이런 우려의 대표적 예다.
'최초'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은 공모가 3500원에 한때 5000원 부근까지 뛰었고, 미래에셋스팩1호는 상장 12일만에 공모가 1500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 3810원까지 올랐다. 국내 '처음' 상장한 미국기업 '뉴프라이드'는 상장직후 공모가 7500원의 두 배가 넘는 1만7250원까지 치솟았고, 국내 '최초' 상장한 자기관리형 부동산투자회사 골든나래리츠는 한때 3만5300원을 기록해 공모가 5000원보다 여섯 배 이상 올랐다. '최초'이기만 하면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투자자의 심리다. 개인 투자가 '투기' 수준으로 몰려 상한가를 기록하던 스팩들은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뉴프라이드는 시초가만 공모가 대비 거래소 매매규정 최대폭까지 치솟았으나 첫날 종가부터 줄내림세를 보였다. 골든나래리츠 주가는 무섭게 오르다 내림세로 돌아서 상한가보다 40% 넘게 떨어졌다. '최초' 효과가 소멸하면 돌아서는 개미들의 투자패턴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최초' 매력은 충분하다. 독특한 첫 시도와 대대적인 마케팅에 현혹된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전례가 없는 탓에 업계도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감독당국도 주가 급등시 투자자들에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 시가총액 세계 14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여전히 '최초'에만 사로잡혀 판단력을 흐린다면 미성숙 상태로 덩치만 커진 아이와 다를 바 없다. 개인의 성숙한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만 외국인과 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규모에 걸맞은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증시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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