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미래에셋이 장기적 업황 악화로 ‘펀드 일등 회사’라는 이미지도 사라지고 있다.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 나면서 투자자도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갔다. 코스피가 연초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 환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미래에셋은 다시 한 번 고초를 겪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3일까지 국내주식형펀드는 5조7633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다가 최근 삼성생명 공모에 쏟아져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생명 특수도 누릴 수 없었다.
삼성생명 청약을 마감한 4일부터 첫 상장한 12일까지 국내주식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는 모두 6873억원 순유입을 나타냈다. 이 기간 한국투신운용은 2936억원, KB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각각 1221억원과 287억원을 모았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1억원 순유출을 보였다. 연초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투신권 전체 환매액 대비 62%에 달한다. 이 탓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설정액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0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런 저조한 업황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마다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7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3배 이상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은 운용보수를 책정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 회사 전체 수탁고 가운데 73.26%를 차지하는 국내 공모형 혼합채권펀드(9429억원)는 1.3%인 업계 유형 평균보다 0.2%포인트 많은 1.5%를 보수로 받는다. 국내혼합주식펀드(3350억원) 역시 2.5%로 유형 평균 2.1%보다 높다.
미래에셋은 2008년 금융위기로 중단했던 성과급 지급도 재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원칙상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기본급여 수준이 다른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라며 “2008년에는 투자자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회사가 성과급 지급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국내시장에 대한 기대는 일단 접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박 회장은 전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시장에서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를 팔아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삼았다”며 “국내시장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장기투자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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