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는 사외이사 모범규준 '사각지대'

2010-05-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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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증권사가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준수하는 여타 금융사와 달리 제도를 무시해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ㆍ보험협회는 자산 5조원 이상 증권사ㆍ운용사ㆍ보험사를 대상으로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사외이사 가운데 이사회의장을 선임해 대표이사와 분리하도록 하는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어 이달 말 주주총회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이를 실시해 온 삼성증권을 제외한 규제 대상 9개사 가운데 이번 주총에서 규준 대로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분리하는 증권사는 3개사(신한금융투자ㆍ한국투자증권ㆍ하나대투증권)로 고작 3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이를 꺼리는 나머지 6개 증권사는 알맹이인 이사회의장 독립을 배제한 채 규준에서 예외로 제시한 선임 사외이사를 선출하거나 사외이사 임기ㆍ자격 조항만 반영하기로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민간 금융지주(우리금융) 계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황성호 사장)을 분리하지 않고 선임 사외이사를 뽑는다.

이는 4대 은행지주인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금융 가운데 우리금융만 이팔성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겸직하는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지주가 규준 적용을 받지 않아 자회사인 대우증권 역시 이사회의장(임기영 사장)을 분리하지 않는 점도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오너가 이사회의장인 증권사 역시 제도 준수에 소극적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사회의장인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이어룡 회장)ㆍ동양종금증권(현재현 회장) 모두 기존 틀을 유지한다. 금융그룹 형태이지만 지주로 전환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최현만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금융업 유관기관도 업계 의견을 들어 규준을 마련했으나 지키겠다는 증권사는 손꼽을 만큼 적다. 이 탓에 애초부터 사외이사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은 특정 은행만을 규제할 명분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규제가 금융업 전체로 번지면서 금융투자협회도 규준을 만들기는 했으나 첫 시행부터 소극적 이행을 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제도를 만들면서 업계 입장을 적극 반영했다"며 "회원사도 규준을 내놓은 취지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그래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중은행처럼 회사 정관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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