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북한이 12일 자체 기술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핵융합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무기보다 강력한 수소폭탄 제조의 원천기술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즉각 “터무니 없는 얘기”라면서 북측의 주장을 일축했지만 외교통상부, 통일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북한)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면서 “핵융합 성공은 발전하는 조선의 첨단과학기술 면모를 과시한 일대 사변”이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이 같이 밝힌 뒤 “과학자들은 수많은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 힘으로 해결함으로써 마침내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이 과정에 우리 식의 독특한 열핵반응장치가 설계 제작되고 핵융합 반응과 관련한 기초 연구가 끝났다”면서 “핵융합에 성공함으로써 새 에네르기(에너지)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확고하게 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천이 무진장하고 환경 피해가 거의 없는 안전한 새 에네르기를 얻기 위한 핵융합 기술은 오늘 세계 과학계의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내 핵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측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실험실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며,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폭탄이 터질 때 생기는 고온·고압을 이용해야 가능한데 최근 북한이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진 핵실험 징후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평성 과학단지 등에서 핵융합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핵융합은 실험실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지금까지 상온에서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곳도 있었지만 모두 검증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이런 시설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게 없다”면서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은)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핵융합 발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의 ‘이터’(핵융합실험로)라는 국제기구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최고의 기술 국가들이 모여 추진 중인 사안”이라면서 “실험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데만 51억유로가 소요되고 실험 성공 자체도 50년 후에나 가능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융합 반응이 수소폭탄 등의 무기 개발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이런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측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넓은 의미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가 금지하는 핵실험에 해당한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측의 ‘핵융합 반응 성공’ 주장이 자국의 핵기술 능력을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북핵 협상의 시급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국내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고 주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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