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내에서 쏘울을 둘러본 후 기념촬영하고 있는 영국 왕립예술대 3인방. 왼쪽부터 피터 스티븐슨, 리처드 윈저 교수, 데일 헤로 RCA 학과장. (제공=카엠) |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도요타나 혼다 같은 일본 자동차가 제품(product oriented)이라면 기아차는 진짜 자동차가 느껴져요(more automotive).”
재규어를 디자인하고 있는 이안 칼럼 같은 유수한 자동차 디자이너를 배출해 낸 영국 왕립예술대(RCA, Royal College of Art) 교수 3인방이 만나 한국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기아자동차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선배들이기도 하다. 피터 슈라이어는 왕립예술대, 아우디, 폴크스바겐을 거쳐 지난 2006년부터 기아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그런 만큼 평가는 기아차의 준중형 세단 ‘포르테(Forte)’ 박스카 ‘쏘울(Soul)’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기아차는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후 이들 차종을 시작으로 K시리즈 등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먼저 이들은 최근 디자인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다. 특히 쏘울은 튼튼하면서도 독특한 외관, 포르테의 심플함에 높은 점수를 줬다.
포르테의 전면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 리처드 윈저 교수. (사진=카엠) |
자동차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피터 스티븐슨은 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젊은 메이커인 기아가 이만큼의 놀라움과 임펙트를 가져온 건 정말 용감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RCA를 나온 후 멕라렌, 람보르기니, BMW 등 숱한 브랜드 디자인을 맡아 온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다.
리처드 윈저 RCA 교수는 “도로를 달리는 콘셉트카 같은 느낌”이라며 “BMW 미니나 랜드로버와 비교해도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인테리에어도 적용한다면 다음 단계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 헤로 RCA 자동차 디자인 학과장은 “한국은 오랜 역사나 브랜드에 묶여있지 않은 만큼 기회가 충분하다”며 “(오늘 본) 쏘울·포르테는 한국의 미래를 향한 큰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모두 제품적인 디자인이 느껴지는 일본차에 비해 한국은 자동차다움이 살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아가 아닌 한국 자동차 전체를 보는 이미지는 어떨까. 이 질문에는 헤로 학장이 답했다.
그는 “한국 디자인 역사를 보면 최근 10년 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단 “그러나 이는 한국 고유의 예술성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세계적 디자인을 추구할 지 고유의 디자인을 추구할 지 결정하는 것은 한국에 재미있는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에 한국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피터 스티븐슨. (사진=카엠) |
하지만 이제 한국에 필요한 것은 양보다 질적 성장, 즉 혁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헤로 학장은 한국 자동차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과거 100년 동안 자동차는 그냥 차일 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급진적인 변화로 (현재 강자가 아닌)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자료&인터뷰=카엠(CarM), 정리=김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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