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내외가 탑승한 비행기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에 접근하던 중 추락해 탑승자 97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56분께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를 태우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발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는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 추락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비상대책부 장관은 이날 사고 현장을 방문한 푸틴 총리에게 사고기에 탔던 97명이 전원 사망했으며 시신 97구를 모두 수습했다고 보고했다.
사고기에는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외에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은행 총재, 육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등 고위 정부 인사와 의원들, 역사가들이 사고기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으로는 조종사의 조정 미숙과 기체 결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비행기록장치 중 하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사고 당시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공항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들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초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카틴숲 학살사건'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카틴숲 학살사건이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당시 소련 비밀경찰(NKVD)이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산림 지역인 카틴숲에서 폴란드인 2만2000여명을 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카친스키 대통령 사망으로 폴란드 전역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의 행렬이 이어졌고 각국 정상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명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직후 TV 연설에서 "폴란드 국민에게 러시아 국민의 이름으로 깊고 진심어린 위로를 보내며, 숨진 이들의 유족과 친지 여러분을 돕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폴란드는 물론 미국과 세계에 엄청나게 충격적인 손실"이라며 깊은 조의를 전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도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즉각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비행기 사고와 카친스키 대통령의 사망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유럽연합(EU) 이사회 순회 의장국인 스페인의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외무장관은 "어려운 시기에 폴란드와 모든 유럽인에게 연대의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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