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현 SK 회장의 '조림 꿈'…39년만에 결실 맺다

2010-04-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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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어 30년 후 고급목재로 자라면 이를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종현 회장의 미래를 내다본 나무사랑이 40년 가까이 지나면서 단순한 산림조림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최 회장이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심었던 충북 충주 인등산에는 현재 당시 심었던 30㎝ 크기의 나무가 지금은 30m 안팎의 우량목으로 성장했다.

   
 
SK의 인재양성 발자취_인등산_조림전(충주사업소).

   
 
SK의 인재양성 발자취_인등산_조림후(충주사업소).

최 회장이 당초 처음 나무를 통한 인재양성 구상을 밝혔을 때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조림사업은 투자기간이 길고 사업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직 기업 조림이란 사례도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30년 후면 장학금을 줄 수 있다는 일념으로 본인이 손수 삽을 들고 땅을 파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수종 선택도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했다. 당시 국가에서는 녹화를 위해 상록수를 권장했다. 산소 배출량이 많고 미관이 아름다우며 경제성이 뛰어난 활엽수 중심으로 선정해 자작나무, 가래나무, 흑호도나무 등 경제성이 높은 나무들을 심었다. 특히 혹호도나무는 한국에서 최종현 회장이 최초로 수입해서 보급한 수종이다. 

30여년의 조림사업은 이제 그 결실을 맺어 사업으로도 정착하기 시작했다. SK임업이 유실수와 임산물 가공, 조경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천안사업소에서 생산되는 호두는 '우리숲'이란 브랜드로 시판되고 있으며 숲 가꾸기 부산물을 이용한 연료용 우드펠릿 사업이 시작됐다.

SK임업은 조림사업의 경험을 살려 조경업에도 진출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사업이 아직 시작 단계여서 큰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저탄소 녹색 성장'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측면에서 미래가 유망한 사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SK임업은 지난해 34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14억원의 순익을 달성, 이제는 비용을 자체조달 할 만큼 튼실한 임업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고 최종현 회장이 지난 1972년부터 인재양성을 위해 조림사업에 뛰어든 이후 SK는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하는 4100ha(1200만평)에 나무를 심었다"며 "이 조림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산소만도 매년 20만명이 숨쉴 수 있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일 고 최종현 회장이 기업인 최초로 광능수목원의 '숲의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이번 헌정은 6번째로 기업인이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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