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31일 서울 남대문 한은 본관서 열린 이임식에서 "중앙은행의 위상, 특히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화이부동이란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그는 "국가 경제 발전을 목표로 정부와 중앙은행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되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국제 금융 질서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앙은행의 금융 안정 역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 총재가 퇴임을 앞두고 한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금융회사 조사권 확보 등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위기 대응 차원에서 도입된 금융 완화 조치들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시켜여 한다"며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고 성장 잠재력 확충을 막는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 기조를 되돌아보면 전반부에는 자산가격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했다"며 "이런 정책은 경제 주체들의 레버리지(차입투자) 확대와 주택 가격의 버블 형성을 억제했다"고 말했다.
또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원화·외화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는 등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실물경제의 회복을 도모하는 데 주력했다"고 회고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세상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경제의 불확실성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우수한 역량을 갖춰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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