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리즈 38] 경영승계와 3세 분할구도

2010-04-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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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경영이 주를 이루는 국내에서는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현대그룹을 물론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많은 대기업들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이는 이미지 훼손은 물론 사업에도 큰 타격이 됐다. 

때문에 최근 삼성의 3세 경영 승계가 큰 탈 없이 진행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삼성은 2세 승계 과정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하고도 5년 이상이 지나서야 형제들에 대한 경영 분할이 마무리 됐다. 아울러 당초 경영 후계자였던 장남 이맹희씨가 중간에 낙마하기도 했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는 이재용 부사장에게 이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와 금융업을 이 부사장이 책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맏딸인 이부진 전무는 서비스·레져·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맡게되며 이서현 전무는 섬유디자인과 광고·커뮤니케이션 부문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삼성가의 분위기과 이들 3세들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할 구도 역시 100% 확신할 수 없다. 지난 1월 이 회장은 직접 두 딸을 양 옆에 대동하고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 참석했다.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 부사장은 이들 부녀의 뒤에 서있었다. 이는 이 회장이 이들 남매들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측에서는 이같은 추측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부녀 사이의 '정'(情)을 보여준 것을 호사가들이 과대해석하고 있다"며 "3세들은 각 분야에서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뿐 이를 두고 경영권 분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도를 지나쳤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근래 이부진 전무가 공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서면서 경영 승계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부진 전무는 2007년에는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갖고 있던 삼성석유화학 지분 47.41% 가운데 33.18%를 사들여 1대 주주로 부상했다. 자신이 맡은 부문과 관련이 없는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매수한 것은 경영 보폭 확장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전무직을 맡으며 경영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삼성카드→에버랜드로 순환되는 출자구조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이부진 전무는 에버랜드 경영에 직접 나서는 한편 호텔신라-에버랜드 통합 경영을 위한해 계열사 주요 임직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JY-BJ 남매 간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은 사실과는 괴리가 있다.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 지분의 25.1%를 갖고 있다. 이부진 전무(8.37%)보다 정확히 3배 많다.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 전무 겸직은 관련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보인 이부진 전무의 능력을 활용해 에버랜드 경영 정상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자체가 일어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전무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흐를 수 있다. 이서현 전무는 형제들에 비해 경영권 전반에 큰 뜻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서현 전무는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을 중심으로 섬유·화학 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부진 전무 역시 화학 계열사 경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향후 화학계열사를 사이에 둔 자매 간의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분할은 이들 남매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최근 삼성생명 상장을 둘러싸고 범삼성가가 갖고 있는 지분 정리도 분할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세계는 13.57%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 CJ그룹 역시 최근 일부 지분을 매각했지만 7.8%에 달하는 지분을 소유해왔다. 삼성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이들 범삼성가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특히 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 271만4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외에서 삼성생명 주식은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주당 100만원으로 책정해도 신세계 지분을 매입하려면 2조7144억원에 달한다. 현금 매매가 불가능한 규모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신세계가 삼성의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와 이들 지분을 맞교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며 "3세들의 경영 승계와 분할 구도 역시 이같은 지분 구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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