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 관련 법안이 23일 국회에 제출하면서 중진협의체 이후 잠복했던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간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친이계는 수정안 관철을, 친박계는 부결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등 이견을 좁히기 힘든데다 6인 중진협의체가 의견을 모으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기 때문이다. 만약 중진협의체가 절충안을 내놓더라도 4월 국회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이날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을 최종 재가함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난 1월11일 정부가 수정안을 공식발표한 뒤 71일 만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 제출된 세종시 관련 법률 개정안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 개정 ▲혁신도시건설 특별법 개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산업입지개발법 개정 ▲기업도시개발특별법 개정 등 5개 법안이다.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야권을 비롯한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이 거세 4월 임시국회 처리는 불가능하다.
한나라당 친이계 이병석 의원은 이날 4월 초까지 세종시 문제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기 조찬기도회에서 “부활절(4월4일)까지는 이경재 의원과 합심해 세종시 문제를 말끔히 쓸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이달 말까지 해법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어제도 회의했지만 캄캄한 밤”이라고 했다. 접점을 찾기 위한 고비가 높다는 점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전날 정몽준 대표도 정부와의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의 법안을 제출의사를 수용한 뒤 “세종시 문제를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4월 처리에 힘을 실었다.
반면 친박측은 정부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정안이 국회 처리과정에서 부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제출시기를 당과 협의하기로 해놓고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면 세종시 중진협의체 활동 등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굳이 국회의 심판을 받고 싶다면 괜히 시간을 끌기보다 빨리 끝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중진협의체가 세종시 절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정부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어쨌든 친이계는 수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 표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곧 이어질 당론 변경 과정에서 계파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친이계가 당론변경에 성공하더라도 친박계의 도움 없이는 수정안의 국회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당 안팎에서는 세종시 문제를 6·2지방선거 이후에 논의하자는 ‘유보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세종시 유보론은 현재 당내 다수의견은 아니지만 중진협의체가 시한인 이달 말까지 세종시 해을 내놓지 못하면 향후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쓰겠다는 카드다.
논의를 유보할 경우 세종시 논란을 지속시켜 6월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수정에 우호적인 수도권 등에서의 득표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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