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싱가폴 선사 벤치마킹하라

2010-03-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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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좀처럼 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ㆍ현대상선ㆍSTX팬오션ㆍ대한해운 등 국내 해운 '빅4'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조234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해운사들이 2003년 이후 초유의 호황 장세를 선대 확장의 기회로 활용, 대부분의 수익을 신조선 건조 내지 중고선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이나 노르웨이 등 선진 해운국에 비해 불황의 그늘이 더욱 깊게 드리워졌다.

이런 가운데 싱가폴 선사인 IMC가 보여준 '선제적 위기대응 시스템'은 60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해운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해운은 경험이다"

"최근 5년간의 해운 호황은 투기성 자본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부풀려진 부문이 있다. IMC는 적정 수요를 예측해 그 만큼의 투자만 한다"

IMC 고유의 위기대응 시스템을 묻자, 최익성 IMC코리아 대표가 지난 19일 기자에게 건네 말이다. 그는 이어 "시황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은 경영기조로 IMC가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에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IMC는 신조선가가 최고점에 달한 2007년과 2008년에 발주한 선박은 없다. 지난해 IMC가 인도받은 선박은 3만 DWT(재화중량t수)급 '마린타임 챔피언(Maritime Champion)'호가 전부다. 또한 지난해 최악의 시황 속에서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IMC가 최근 신조선 발주에 나서고 있다. 신조선가가 최고점 대비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IMC 선대는 벌크선과 탱커선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에 최근 시황을 고려해 선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IMC가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주한 선박은 벌크선 1척과 탱커선 4척에 달한다.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자금을 비축했다가 시황 악화로 신조선가가 하락하자 선대 확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한 연구원은 "그리스 일부 선사들도 신조선가가 크게 하락하자 호황기에 비축한 자금으로 최근 신조선 발주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해운 선진국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악순환의 굴레는 언제까지

이에 반해 국내 해운사들은 호황기에 선박 부족으로 대규모 발주에 나섰다. 10여년 전 IMF 관리체제 당시 부채비율 200% 축소 방침을 따르기 위해 선박을 대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시황이 급락하자, 2003년 이후 고가로 발주한 선박들이 국내 해운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린 국내 선사들은 선박ㆍ컨테이너 등 자산매각에 나서면서 경쟁력 약화를 자초하고 있다.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위기대응 전략으로는 호황이 다시 오더라도 선박 부족이 불가피하다"며 "또다시 높은 가격에 선박을 발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물동량이 소폭이나 늘고 있고 해상 운임료도 인상되는 등 해운 시황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국내 해운사들의 움직임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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