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란병원 박지현 과장입니다. 이글이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매일매일 라디오를 진행하는 등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던 분이 갑작스럽게 입원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뇌졸중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이기도 하구요.
사람들은 대부분 뇌졸중이 어느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마비가 오는 무서운 질환 정도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저승사자’쯤으로 말이죠.
그러나 실제 뇌졸중이 모두 이렇게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조영남씨처럼 갑작스런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으로 병원을 찾아 뇌졸중을 발견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경우의 뇌졸중은 흔히 무증상 뇌경색이라고 하는데 특히 이때는 비교적 병의 진행이 초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료도 용이해 집니다.
또, 일반적인 뇌졸중에 비해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적습니다. 다만 초기에 뇌졸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 평소 관리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합니다.
내 머릿속 시한폭탄 무증상 뇌경색
실제 혈관이 막혀 뇌 세포가 손상됐지만 다행히 손상 부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미세해서 마비 같은 일반적인 뇌졸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에는 건강한 일반인들과 어떤 차이도 보이지 않지요.
결국 당장은 아무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머릿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50대 이후 고혈압 ,당뇨환자, 고지혈증, 심장질환, 비만, 흡연, 가족력 등 이 있는 경우는 무증상 뇌경색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사례를 봅시다.
무증상 뇌경색의 MRI자료입니다. 붉은선 안에 흰색으로 표현된 부분이 허혈성 변화(뇌경색)가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서서히 넓은 부분으로 진행되었으나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지속적인 어지럼증만 느껴왔던 상황이었지요. |
또,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MC대학 메디컬센터의 연구진들이 45세~96세 일반인 2000명의 뇌MRI자료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전체의 7.2%(145명)에서 무증상뇌경색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한 대학병원의 건강진단센터에 내원한 40세 이상 287명의 뇌 MRI검사 결과 29.3%인 84명에게서 무증상 뇌경색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55세 이상에서는 57%에서 무증상뇌경색이 관찰되었습니다.
뇌졸중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환자가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아주 오랫동안 서서히 혈관의 변화(동맥경화)가 진행된다고 할 수 있지요. 마비나 언어장애를 느끼고 병원을 찾아왔을 때는 뇌경색이 심각히 진행된 상태로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무증상 뇌경색을 방치했을 경우 갑작스럽게 뇌졸중이 찾아올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10배나 높아지고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도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 특히 55세 이상이라면 모두 뇌졸중 위험군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하겠습니다.
참고로 뇌졸중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단일질환으로는 부동의 1위입니다. 전체 사망원인 질환 1위는 암이지만 이는 모든암을 합산한 것으로 단일질환으로 하자면 뇌졸중이 높다고 할 수 있지요.
‘죽음의 저승사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예방과 조기 점진의 노력이 필요하지요.
고혈압 등 성인병 치료와 함께 정기적인 정밀검사가 중요합니다. 요즘엔 의료 장비의 발전으로 초기 뇌경색(무증상단계) 증세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MRI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이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꼭 이 검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50세 이상, 당뇨 등 성인병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진단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세란병원 신경과에 근무하는 박지현 과장입니다. 그렇다고 저희 병원을 오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헬스코리아뉴스에 두서없이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