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세계 車·가전업계 '리콜 쓰나미'

'안전성에 손톱만한 문제가 있어도 일단 리콜을 검토하라.'

전 세계 제조업계에 '리콜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에 따른 학습효과다. 소비자들과 직결되는 자동차와 가전업계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민원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감추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면서도 오히려 '의혹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도요타의 상황을 목격하고 있는 기업들이 '선제적 리콜 대응'으로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일 미국에서 신형 '투싼ix' 515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조수석 에어백이 오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지난달 12일부터 자발적 리콜에 착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아직 결함 관련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지만 문제 부품을 무상수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4일에도 신형 쏘나타의 앞 문 잠금장치 결함을 발견하고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4만6000대, 1300대를 리콜하기로 한 바 있다.

현대차의 빠른 행보는 도요타 사태와 무관치 않다. 제품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탓이다. LG전자가 최근 드럼세탁기 일부 모델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결정은 자사 드럼세탁기에 어린이가 갇혀 질식사한 사고 직후 5일만에 나왔다.

해외 자동차ㆍ가전업체들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사소한 결함만 눈에 띄어도 자발적 리콜에 나서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최근 전방 에어백 센서의 결함을 감지하고 35만여대의 미니밴에 장착된 센서를 교체하기로 했다. 인도 자동차업체 마루티도 주력 차종인 '에이-스타(A-Star)' 10만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과열 및 화재 위험을 이유로 온도감지기 9400대를 리콜했다. 세 경우 모두 제품 결함으로 인한 인적ㆍ물적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한 소비자 전문가는 "앞으로 '리콜'만 다루는 미디어가 등장할 정도로 리콜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요타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건 업체라기보다 안전당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날 도요타 차량의 급가속 문제를 조명했던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미 교통안전당국으로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느슨한 규제로는 업체보다 먼저 신제품의 결함을 발견해 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주경제= 김신회·김형욱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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