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앞둔 대한생명 '불안불안'

2010-03-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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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희망 공모가 높다" 지적, 상장 후 주가반등 기대감도 낮아

상장을 앞둔 대한생명이 기업가치에 비해 희망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업계 2위권 대형 생명보험사라는 프리미엄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장 이후 주가 반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2일 보험,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오는 6일 공모가를 결정하고 9~10일 일반 공모를 실시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17일 이뤄질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9000~1만1000원으로 공동 주관사를 맡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해외 증시를 돌며 예비가격을 조사한 후 산정한 가격이라는 게 대한생명 측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경영 지표들을 살펴보면 대한생명의 희망 공모가가 바로 매입에 나설 만큼 싼 가격은 아니다"며 "적정 주가를 8000원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2%로 이미 상장돼 있는 손해보험사들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1%를 훨씬 밑돌아 2% 이상을 기록 중인 삼성화재보다 훨씬 낮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생명 자산이 56조원인데 순이익을 5000억원도 못 낸다면 ROA가 1%도 안 된다는 얘기"라며 "자산 25조원에 순이익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차이가 명백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수익성 지표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변동폭이 크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일년새 당기순이익을 4배 이상 끌어올린 것은 상장을 위한 조치였다"며 "사업비 지출을 억제하고 유가증권을 매각해 평가이익을 실현이익으로 돌리는 등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상장 이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대한생명의 주당순자산(BPS)는 7000원 수준. 현재 희망 공모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이상이다. 이는 삼성화재와 비슷한 수치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의 PBR은 1.5배이지만 업계에서는 2.2배 정도로 쳐주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대한생명이 그 정도 기업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고금리 계약을 판매한 데 따른 역마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가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양생명의 경우처럼 공모가가 주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은철 부회장까지 나서 국내외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투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도 대한생명의 기업가치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록 중인 수익성 지표를 3~5년 후에도 담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이 상당한 수준의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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