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1일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카드를 유보하면서 야권 공조에 균열이 발생할 조짐이다. 특히 독자적으로 발의요건(재적의원 3분의 1)을 채울 수 없는 자유선진당은 민주당의 ‘변절(?)’에 황당해하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해임안 제출을 유보키로 했다.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을 비롯, 박선숙 김진애 의원 등이 잇따라 신중론을 제기하자 결국 이강래 원내대표는 “칼은 준비해둔 상태이니 언제든 뽑을 준비가 돼 있다”며 “좀 더 흐름을 보자”고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대정부질문 기간 정 총리의 소위 ‘보스발언’ 등으로 야권과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안팎에서 정 총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날 해임안을 제출하려 했다. 이 원내대표와 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가 ‘11일 제출방침’을 잠정 합의한 것.
그러나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런 흐름에 급제동이 걸렸고, 이날 결국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런 배경에는 해임안의 본회의 상정 가능성 자체가 희박한데다 한나라당 친박계의 집단동조 여부도 불투명해 해임안 가결요건(149석)을 갖추기 힘들다는 자체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섣부른 해임안 제출이 정치적 공세로 비쳐져, 정총리 동정론이 확산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해임안 카드를 당장 소진하기 보단 압박수단으로 장기간 끌고 가자는 판단도 깔려 있다.
여기에 수도권 일각에서는 세종시 문제에만 집중할 경우, 전체의 지방선거 필승 전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충청권이 거점이어서 서둘러 해임안을 제출, 정치 쟁점화하려던 선진당의 불만이 극에 달할 점이다. 선진당과의 공동보조가 일정부분 틀어지면서 향후 야권의 ‘세종시 공조’ 자체가 삐걱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선진당 원내관계자는 “민주당이 정 총리 해임건에 대해 유연한 전략적 자세를 취한 건 이해할 수도 없고, 충청민을 무시한 행태”라며 “앞으로 어떻게 제1야당인 민주당을 믿고 함께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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