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악화로 유럽 각국 정부가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우리나라 무역관들은 늘어난 업무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럽 정부와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사면서 사업 제휴를 잇따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 런던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도 요즘 업무가 부쩍 늘어난 곳 가운데 하나다. 정광영 런던 KBC 센터장은 최근 한국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현지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의 화물ㆍ항공ㆍ완제품 부문 경기는 상승반전했고 부품산업도 더디지만 회복세를 띠고 있다"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 따른 리모델링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특히 우리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보건당국이 예산절감 차원에서 한국산 의료기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국내 부품업체와의 제휴를 제의해 왔다고 소개했다.
정 센터장은 영국의 올림픽 특수와 고속철도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 KBC는 우리나라의 대(對) 영국 수출액이 지난해 47억 달러에서 올해 59억 달러로 25.5%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 센터장은 대영 수출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영국시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영국시장은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 50여개 영국연방 국가로 진출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주고받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영국은 영연방국과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더 없이 훌륭한 테스트마켓"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노동시장과 영어도 영국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강점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에게는 무엇보다 영국의 제조업이 취약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정 센터장은 "제조업이 약한 영국에서 한국은 두드러진 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영국은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교두보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도 낙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파운드화 약세 및 크리스마스 특수로 민간소비가 최근 증가세로 반전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 1년 전보다 2.7% 상승했다. 월간 상승폭은 연초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주택시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
다만 오는 6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 노동당과 보수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20%포인트 차이로 뒤지던 노동당은 최근 지지율 격차를 한자릿수로 좁혔다. 때문에 영국 언론은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절대 다수당이 없는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런던=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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