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어느 때 보다 다사다난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구조조정이 다시 진행됐고 미분양 주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올 한 해 건설부동산 시장을 3회에 걸쳐 키워드로 되돌아 본다./편집자 주
▲4대강살리기
4대강살리기사업이 올 한해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현 정권의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서 '4대강 사업'으로의 전환, 이후 대운하 전초전이라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비난 속에 정부는 지난 6월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22조2000억원이라는 예산(수자원공사 재정 포함)을 책정했다.
이어 정부는 4대강 살리기 1차 턴키사업 시공을 맡을 컨소시엄 선정 작업을 끝내고 지난달 4대강사업의 핵심공사인 보설치 공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에 8조원을 부담시키겠다는 정부 계획과 4대강 사업자로 선정된 대형건설사들의 담합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이 또다시 뜨거워졌다.
현재도 국회는 이와 관련해 여야 간 다툼을 벌이느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야당의 견제 속에 국회는 현재 4대강 예산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내년도 4대강 예산 3조5000억원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야당은 1조원 규모로 삭감을 주장하며 날선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여야의 대립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쉽게 끝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세종시 논란
지난 9월 초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 전 말한 "세종시를 세우되, 원안보다는 수정안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한마디에 전국이 시끄러워졌다.
야권과 충청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세종시(행정중심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반발했고 세종시 문제는 곧 바로 정치 쟁점화 됐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원안 수정 불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내부 갈등도 심화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직접 TV에 출연해 행정중심도시로 추진하던 세종시 수정이 불가피함을 주장하며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정부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던 세종시 원안대로 9부 2처 2청의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한다면 정부 기능의 비효율화가 심각해져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초 세종시 계획 수정을 위한 최종 대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시를 기존 행정중심도시가 아닌 교육ㆍ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새롭게 건설한다는 예정이다.
정부 부처 이전이 백지화된다. 대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기업 등 입주시설에 대한 세 감면 방안 등이 추진된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에겐 2009년이 그 어느때 보다 혹독했던 한 해였다. 지난해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건설업 유동성 지원에 나서면서 '옥석 가리기'라는 칼바람이 동시에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업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산업보다 크다는 판단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국 건설사와 채권금융기관단의 대주단 협약이 체결됐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1곳이 퇴출되고 11곳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정이 내려지는 1차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어 3월 추가 워크아웃 건설사가 확정되면서 모두 15개의 대상업체는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살생부'가 나돌기도 했고 'C'등급을 받으면 회사 문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무리하게 'B'등급을 받기 위한 로비작업도 펼쳐졌다. 하지만 B등급을 받은 일부 업체들이 오히려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다시 어려움에 봉착, 퇴출되면서 평가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초기 공사보증의 어려움 속에서도 채무이행 유예 등 추가적인 금융지원 속에 자산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워크아웃사들은 워크아웃으로부터 탈출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건설사들도 최근 주택사업을 재개하는 등 재도약의 몸짓이 활발하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단행된 워크아웃이지만 건설업계에는 자양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