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 탐험가, 공학박사
인류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살아간다면 종국에는 치명적인 지구환경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는 것이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재확인 사항이다. 그러나 저탄소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치 설정에 대해서는 각국이 치열한 경제적 이익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극적인 타협이 어렵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으로 흔히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도시나 섬의 수몰피해를 예로 들지만 더욱 위협적인 점은 기상이변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전례 없는 강력한 폭풍이나 폭우가 닥치게 되면 부자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심각한 위험에 반복 노출되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의 예로, 지난 8월 2일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태풍 모라꼿은 8월 7일 대만지역에 다다를 즈음엔 중심기압이 945hPa, 최대풍속 약 40m/s의 강한 태풍으로 발달하여 대만을 강타하였다. 이로 인해 대만에선 산사태로 650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있었으며, 38만 헥타르의 농지가 황폐화되었다. 피해 환산액이 약 66억불이나 되었다. 하루 강수량이 2,777mm를 기록하였으니 인간의 힘으로는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더욱 감내하기 어려운 전망은 이대로 가다 보면 지구상에 생명체가 살기 힘든 상황까지도 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활동이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고 보존하기 위해 매우 화급한 과제라는 점을 알고도 이를 정치적인 타협으로 이끌어 가지 못하는 이유는 가까운 미래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와 좀 먼 미래의 이익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파국으로 한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운명을 정치적 타협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수 년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지구의 기상을 공학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하여 활발한 논의를 해 왔다. 이런 대책들이 당장 어떤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손 놓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심정으로 강구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다.
이러한 새로운 공학적 시도를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라 부르며 새로운 과학기술분야로 등장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려는 발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지구공학적 대책으로는 개략 그림에 나타낸 바와 같은 12가지 방법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지구공학적 대응방법들
이들 중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곳에서 바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격리 저장하는 방법(CCS)이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 전에 포집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방법으로 확실히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포집된 가스는 압축하여 지중 깊숙이 존재하는 암반 밑으로 영구 저장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자료원: http://www-static.shell.com)
또한 대기층에서 직접 온실가스를 걸러서 포집하는 인공나무(artificial tree) 방법이 효과가 높고 안전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료원: http://www.timesonline.co.uk)
이 밖에도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방법은 인공조림사업이나, 규산염 광석을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탄산염 광석으로 풍화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또 바닷물을 성층권에 에어로졸상태로 뿌려 흰구름을 만들어 주면 화산폭발 시에 형성되는 구름에 의해 지상이 냉각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약 16년 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Mount Pinatubo) 폭발 당시 상부 대기층에 존재하던 황산염(sulfate) 입자가 햇빛의 일부를 반사했기 때문에 약 1년 동안 지구는 냉각되는 현상을 보인 것을 응용한 것이다.
반면에 해양에 철 함유 슬래그 등을 투기하여 해조류를 많이 양식하면 이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하거나, 사막에 반사경을 설치하여 태양을 반사시키거나 대기 중에 구름 응축 핵을 뿌려 구름을 만든 다음 이 구름에 의해 태양광이 차단되도록 하는 방법 등은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코펜하겐 기후협약회의 최종 일까지 뭔가 극적인 타결을 기대했지만 구체적인 행동기준은 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차기 멕시코 회의로 미루어 지고 말았다. 지구공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만 할 것 같다. 다만 이러한 지구공학적 시도들이 현재의 여건하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감축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배출량을 혁신적으로 감축하지 않은 채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포착하는 활동은 그 방법이 아무리 성공확률이 높은 방법이라 해도 지극히 비효율적인 접근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코펜하겐 회의 기조연설 중에 강조한 ‘더 이상 말이 아니라 행동’과 ‘너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론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할 수 없다’는 ‘나 부터’ 정신은 모든 국가의 귀감이 되는 명연설이었다. 특히, '나부터(me first) 행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가장 빠르고 올바른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은 지극히 옳은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이제 이러한 ‘나 부터’의 결심은 국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에게도 화급한 결심사항이 되어야만 한다.
나부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낭비를 근원적으로 없애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운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 확산되어야만 한다.
- 이준정 박사님은 포스코 신소재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미래 과학기술 연구의 대가이시고 '미래 탐험가'로서 과학이 사회와 휴먼 라이프스타일에 미치는 제반 영향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시는 우리나라 몇 안쳌쳌쳌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