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로 마케팅 경쟁을 자제했던 이동통신 업계가 연말연시 특수를 맞아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가 애플 아이폰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번호이동 시장을 주도하면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구매자 중 번호이동 가입자가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보조금 확대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KT는 아이폰의 초기 물량 15만대를 거의 소진해 추가 주문을 한 상태다. 예약판매가 끝나고 이달 초부터 직접 구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이폰을 구하기 쉽지 않다.
또한 KT 대리점에서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자를 선호해 기기변경 가입자는 10%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KT 자체 통계에 따르면 예약판매 물량 중 50%가 신규 개통이며 나머지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KT가 아이폰 독점 공급 효과로 번호이동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전체 번호이동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을 KT가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번호이동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 40%, KT 30%, LG텔레콤 30% 수준이었으나 KT가 '아이폰 효과'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졸업입학 특수가 이어지는 내년 1분기까지 아이폰 판매량이 최소 30만대에서 많게는 5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KT에 번호이동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일반폰에도 보조금 확대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아이폰 인기로 인해 가입자 이탈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보조금 확대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까지 2만대 수준에 머물던 아이폰의 대항마인 'T옴니아2'의 판매량이 6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이 T옴니아2의 보조금을 아이폰 수준을 확대하고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T옴니아2와 함께 일반폰에 대한 보조금도 확대해 기존 번호이동 점유율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LG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조만간 출시 예정인 아이폰 대항마 '오즈옴니아'에 대한 보조금을 높게 책정했다.
게다가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재고폰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해 공짜폰이나 특가폰도 쏟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과 휴대폰 시장에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또 다시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아이폰 출시와 연말연시 특수에 따라 이동통신 업계의 과도한 출혈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