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조사권'으로 가닥.. 긴급여신 제공때 행사
30일 재정위 소위서 최종 의결안 도출.."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의지 높아"
1년여 가까이 끌어온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가 한은에 '제한적 조사권'만을 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물 건너갈 것처럼 보였던 한은법 연내 개정작업이 다시 탄력이 붙게 됐다.
소위에서 한은은 한은 설립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을 명시하는 등 의원 입법안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금융기관 등에 긴급 여신을 제공할 때와 금융감독원 등과의 공동검사 양해각서(MOU)가 작동하지 않을 때만 단독조사권을 행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기존 의원 입법안은 유동성 과잉이 우려될 때와 금융기관에 긴급유동성을 제공할 때 모두 한은이 단독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한은은 특히 기존 의원 입법안에서 담고 있던 지급결제망 참여 금융기관에 대한 서면 실지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권한도 포기하기로 했다.
소위 의원들 역시 한은의 양보안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30일 재개될 소위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법 65조에 따르면 한은은 통화 및 은행업 안정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중대한 긴급사태시 금융기관에 일시적으로 긴급여신을 할 수 있고, 여신을 지원받은 해당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조사, 확인할 수 있다.
소위는 이러한 65조 조항을 일부 손실해 긴급 여신을 지원하기 이전에도 해당 금융기관을 단독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금감원과의 공동검사권도 좀 더 명확히 보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소위가 이처럼 논의의 가닥을 잡은 이유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체결한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정부와 한은, 금감원은 법률상 제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금융정보를 공유하고, 한은이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하면 금감원은 한 달 내 검사에 착수해야 한다.
소위 관계자는 "MOU를 확실히 보장하는 수준에서 한은이 공동검사권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소위는 대신 한은의 기능 강화를 위해 ▲자료제출 요구대상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 ▲금융기관 지급준비 적립대상을 현행 예금채무에서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으로 확대 ▲규모가 큰 금융기관에 대한 지급준비 의무 강화 등을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또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적절한 문구로 반영해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해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이뤘다.
아울러 한은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국회에 정기적으로 금융안정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소위 관계자는 "한은 단독조사권 부여 문제로 한은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보다 관련기관들이 한발씩 양보, 한은의 권한과 기능을 조금씩 진전시키는 수준에서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소위는 30일 회의를 다시 열고 최종 의결안을 도출할 방침이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기획재정위 전체 상임위를 열어 한은법 개정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등으로 여야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어 한은법 개정 문제가 올 회기 안에 처리될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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