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대부업 정보공유, 업계는 '시큰둥'

2009-11-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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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저축은행권의 소매금융 활성화를 위해 대부업계와 고객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막상 관련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은행연합회가 대부업체의 고객 정보를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업계가 고객 이탈을 우려해 정보 공개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서로의 고객 신용정보를 공유토록 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신용정보를 양성화해 저축은행권에 공급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대부업체 고객 중 신용도 및 상환율이 높은 사람은 저축은행의 대출 심사도 손쉽게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대부업체 고객을 상대로 신용대출을 확대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성용 금감원 부원장보도 지난달 3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대부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는 대부업체의 고객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데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연합회 신용정보부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신용정보법상 정보공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연합회가 대부업체 정보를 수집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권도 당장 소액 신용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도 서민금융 시장에 저축은행이 뛰어들기는 힘들다"며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보증을 강화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계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저축은행과의 정보 공유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소액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일부 저축은행과 고객층이 겹치는데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 이탈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리스크 관리를 하며 모은 정보를 쉽게 넘겨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상대로 소액 신용대출 확대를 무리하게 주문할 경우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건호 KDI스쿨 교수는 "신용대출 사업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지난 2002년과 같은 신용대출 부실 사태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축은행권과 대부업계 간의 정보 공유에 대해서는 "현재 개인 신용정보가 연합회에 집중돼 있어 서민 금융기관의 정보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서민 금융기관 간의 정보 공유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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