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이 악화된 업종을 '관리업종'으로 선정해 대출심사 등을 깐깐하게 해왔으나 경기가 살아나자 이를 명단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종은 앞으로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다소 수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비우량 중소기업들은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관리업종 선정 작업을 다시 했다.
신한은행은 건설, 부동산,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기존의 경기민감 업종 이외에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 조선, 자동차, 해운업을 별도 '이슈 업종'으로 지정해 대출을 선별적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업종을 이슈 업종에서 제외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고 자동차에 대한 내수가 늘어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 백화점, 대형 슈퍼마켓 등 종합 도소매업을 '중점관리산업'에서 해제했다. 중점관리산업으로 지정되면 신용평가 때 다른 업종에 비해 보수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 담당자는 "대형 마트 등의 영업실적이 나아지고 있고 부도율이나 부실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며 "앞으로 업황 전망도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편조원단 및 편조제품 제조업을 관리대상 업종에서 뺐다. 대신 해상 운수업과 건축 자재 도매업, 봉제 의복 제조업은 추가로 선정했다.
기업은행은 10월 초 전기, 통신공사업을 관리대상 업종에서 해제하는 한편 금속탱크, 저장조, 유사용기 제조업이나 산업용 냉장, 냉동장비 제조업은 새로 추가했다.
은행들은 우량기업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9월 말 정보통신(IT), 자동차, 원유정제, 철강 등 20개 업종을 추가로 유망업종 명단에 올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이 확대되고, 경기 회복에 따라 시장 복원력이 높은 업종을 선정해 중점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와 함께 10월부터 우량 중소기업 대상 대출인 중소기업 파트너론의 한도를 기존 7000억 원에서 5000억 원을 더 늘려 총 1조2000억 원 규모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은행들이 그동안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맞추려고 영업점에 대출을 독려해도 부실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영업점에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담보대출이나 보증서 위주의 대출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업체의 경우 신용만으로도 대출을 해주는 등 적극적 영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중기대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기업은행, 농협 등 7개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9월말 말 기준 350조31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4300억 원 늘었다. 증가액이 전월의 2조3200억원보다 줄었지만 두 달째 1조 원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들의 자금 갈증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중기대출에 대한 보증 확대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 만기연장 등의 조치가 연말로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기업대출 담당자는 "정부의 각종 비상조치 시한이 끝나면 그동안 정책자금으로 근근이 유지해왔던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은행들은 연체율을 낮추고 연말 부실채권 비율을 맞추려면 부실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대한 지원은 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8월 말 현재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94%로 전월 말보다 0.07%포인트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2.18%로 0.09%포인트나 뛰었다.
이런 가운데 시중금리가 오르고, 원화값과 원자재값도 상승해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퍼주기식' 지원으로 중소기업들이 버텨왔지만,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비우량 중소기업들이 올해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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