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장이 아파트를 이중 분양해 피해를 줬다면 주택조합이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8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최모(여)씨가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대림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7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조합과 같은 비법인사단(권리능력이 없는 단체)의 대표자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대표자 개인의 이익을 도모했더라도 외관상, 객관적으로 직무에 관한 행위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주택조합은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이 조합장 직무가 아니라는 것을 원고가 알고 있었기에 조합에 책임이 없다"는 피고 측 주장에 대해 "조합장이 조합 탈퇴 물량을 일반에 할인 분양한다고 속여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가 분양 납입금을 지정 은행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점, 정상가의 반값에 분양받으면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의 과실을 참작해 조합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최씨는 A사가 2003년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 486가구를 짓는 주택조합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양대금을 할인해 주겠다"는 A사 간부 출신 주택조합장 김모씨의 권유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이미 1차 분양을 마친 상태여서 조합 탈퇴자나 분양 포기자가 생기지 않을 경우 최씨에게 분양할 가구가 없는데다 회사자금 부족으로 분양대금을 돌려줄 여력도 없는 상황이었다.
최씨는 김씨가 분양계약된 아파트를 145명에게 중복 분양해 분양대금 349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되자 소송을 냈다.
김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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