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엔고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엔화 자금 유치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사무라이본드, 신디케이트론 등 엔화 자금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17일 엔화 신디케이트론 167억엔(1억8400만달러)을 차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이 엔화 신디케이트론을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금은 만기 1년에 엔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 + 130bp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기업은행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 및 중소기업의 수출입 금융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도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엔화를 조달할 예정이다.
기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닫혔던 엔화 시장이 최근 들어 열리는 분위기"라면서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이 크게 떨어져 엔화 표시 채권 발행 여건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11일 일본 정책금융기관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도입했다. 만기 2년에, 금리는 엔 리보 + 110bp로 비교적 좋은 조건에 자금을 들여왔다.
산은은 국내 기업의 생산설비 고도화 목적으로 장기저리 엔화자금 500억엔 추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 3일에도 사무라이본드 300억엔을 발행했다. 발행 금액에 두 배 가까운 주문이 몰리며 발행 금리도 만기에 따라 엔리보 + 190~210bp로 비교적 낮게 책정됐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르고 금융사들의 신용등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엔화 표시 채권 등을 발행하는 것은, 고공행진 중인 엔화 환율이 추가 추가 상승할 경우 조달 금리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화 가치가 높아 차후 상환 비용 부담이 낮다는 것과 최근 채권 발행 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도 엔화 조달에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98.39엔이었던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화 수요 증가로 4월 100엔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일본 정부의 엔고 정책이 이어지며 이달 들어 91.16엔(18일 종가)까지 올랐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엔화 유치에 일조하고 있다.
이에따라 산업ㆍ기업뿐 아니라 국민은행ㆍ우리은행ㆍ수출입은행 등도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채 차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기관들의 단기 엔화자금 조달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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