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보수 삭감폭이 5%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알맹이인 등기이사 연봉은 오히려 늘었다. 아울러 다른 시중은행 역시 임원 개인별로 연봉을 밝히지 않는다면 책임경영 강화로 금융권 부실을 줄이겠다던 당초 보수삭감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8일 아주경제가 금융감독원에 전달 말까지 제출한 반기보고서(1~6월)를 단독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인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은 상반기 임원보수로 모두 41억8100만원을 지급해 작년 같은 때 79억2800만원보다 평균 47.26%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국민은행으로 같은 기간 36억5600만원에서 17억8600만원으로 51.15% 줄었다. 이어 신한은행(-50.40%)과 하나은행(-49.21%) 순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4.55% 줄이는 데 그쳐 50%에 가까운 시중은행 평균을 턱없이 밑돌았다. 이 은행 임원을 유형별로 보면 등기이사와 사외이사는 오히려 각각 1.29%와 11.76% 늘었다. 다만 감사와 감사위원을 합쳐 19.48% 줄었을 뿐이다.
우리은행은 반기보고서에서 임원 1인당 평균 보수액도 기재하지 않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필수사항이 아니지만 다른 시중은행은 모두 밝혀 대조를 보였다.
등기이사 보수를 올린 우리은행은 인원 증감을 반영할 경우 사실상 15% 이상 줄어든 것이란 입장이지만 나머지 국민ㆍ신한ㆍ하나은행 모두 등기임원 보수만 평균 44.31% 삭감해 이 역시 비교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인 만큼 예년에도 임원보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여기에 박해춘 전 행장 퇴사로 작년 6월 한 달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수석부행장직을 신설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등기이사 연봉은 15.21% 정도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보수 공시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데 공감했지만 공식적인 의견을 내진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자본시장법이 임원보수를 총액만 공개하도록 한 것은 개인별로 밝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가 절대액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보수총액을 전체 임원 수로 나눠 평균만 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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