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신화…中 메이디그룹 '바통터치'

2009-09-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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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백색 가전 그룹 메이디(美的)에서 또 하나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지난달 26일 창립자인 허샹젠(何享健) 회장이 은퇴하고 팡훙포(方洪波) 부회장이 그 자리에 앉은 것이다.

단순한 회장 교체에 불과해 보이지만 팡 신임 회장의 내력을 들여다 보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는 1992년 평직원으로 입사해 17년만에 그룹 최고 자리를 정복했다. 올해 나이는 42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458만 위안(약 8억4000만원)으로 중국 10대 상장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높았다.

팡 회장이 초고속으로 승진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데는 전임자의 공이 컸다. 허 전 회장은 인재개발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충성도가 높으면서도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전문 경영인을 육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기업을 운영해왔다.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소박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도 평가된다. 창립자로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기보다는 공유하면서 나눔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 문화 토양에서 팡 회장은 승승장구했다. 그는 1992년 메이디에 입사한 이래 공조사업부 국내판매 담당 사장, 공조사업부 부사장, 그룹 부회장 및 이사국 부주석 등을 두루 거치며 가전부문 전문가로 성장했다. 결국 팡 회장의 성공은 허 전 회장이 품은 기업가 정신의 성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메이디그룹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메이디그룹은 1968년 창립 이후 가전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중국 최대 백색가전 생산·수출기업으로 자리잡았다.

1981년 선보인 가전 브랜드 메이디와 웨이링(威靈) 등 10여개 자체 브랜드를 두고 있으며 그룹 직원은 8만명에 달한다. 중국 전역에 촘촘한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한 데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13개국에서도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메이디그룹은 지난 2006년 7월 중국 국가통계국이 꼽은 '중국 500대 기업' 가운데 53위를 차지했다.

메이디그룹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유연한 기술 전략. 메이디는 후발주자로 기술력이 달릴 수밖에 없는 중국 기업들이 대개 모방품을 만드는 데 만족해왔던 것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해외 제품을 들여와 모방하더라도 개선 가능성이 눈에 띄면 자체 혁신에 나섰고 선진 업체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혁신 제품을 선보이는 데 노력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메이디의 제품을 해외제품 도입 및 모방, 자주 혁신의 산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비용에서 우위를 점하자'는 모토도 메이디의 성공에 큰 몫 했다. 메이디는 △내부자원 통합 △효율성 제고 △시장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생산에서 마케팅에 이르는 과정에 드는 비용을 낮추는 데 역량을 기울였다. 혁신을 간과하지 않았던 만큼 비용 절감에 따른 가격경쟁력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회장 인사가 결정된 주주총회 직후 메이디그룹은 "허샹젠의 시대가 가고 '팡의 시대'가 왔다"며 새 시대를 선포했다.

허 전 회장은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 현대적인 기업관리 기법을 다져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번 결정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것이지만 나의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룹 이사국 주석직을 계속 수행하며 대주주로서 더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그룹의 발전을 지켜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통을 이어 받은 팡 회장으로선 든든한 멘토를 얻은 셈이다.

'펑의 시대'를 맞은 메이디그룹은 다양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회장 취임과 함께 인원을 일부 조정했다.

펑 회장의 취향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다. 골프광이기도 한 그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규모의 대형 스포츠행사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험과 애정을 가지고 메이디그룹을 지켜보려는 허 전 회장과 펑 회장이 조화를 이루며 이끌어 나갈 메이디그룹의 미래가 주목된다.

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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