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했다. 이후 싱가포르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가 2006년 발효됐다. 미국과의 FTA에는 2007년 정식 서명,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이어 올해 6월 동남아시아연합(아세안·ASEAN), 7월 EU, 그리고 8월 인도까지 숨가쁜 FTA 협상 일정을 소화했다. 현재 캐나다를 비롯한 걸프협력이사회(GCC), 멕시코, 페루,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과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문은 우리나라가 최근 경제는 물론 외교정책의 중심에도 FTA를 놓고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만큼 냉정한 곳도 없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얻는 만큼 잃을 것도 많다.
정부는 이번 인도와의 CEPA를 통해 연 2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대(對) 인도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FTA 역사상 처음으로 인도의 전문 인력이 국내로 대거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후속책은 물론 어느 정도의 인력이 유입될 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한·인도 CEPA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최경림 FTA 정책국장은 지난 6일 협상결과를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향후 몇 년간 인력 유입 규모가 몇 % 늘어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만 내세운 채 예상되는 피해를 외면한다면 한·인도 CEPA도 한미 FTA의 소고기 협상처럼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어둠은 빛만큼 중요하다. 기대효과뿐 아니라 피해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챙길 때라야 진정한 의미에서 한·인도 CEPA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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