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 부진 지속땐 성장 0%대 추락 우려
지표 호전 불구..."재정지출 효과일뿐" 낙관 경계
산업생산 6개월째 증가, 소비·설비투자도 3개월째 늘어… 경기회복 ‘탄력’
2분기 GDP 2.3% '깜짝성장' 했지만…정부 부양책 효과
재정 투입 약발 떨어지는 3분기가 고비..경기회복 후 재침체 ‘더블딥’ 공포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9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분기 실물 경제지표가 갑자기 좋아졌다. 전기 대비 성장률 2.3%는 5년 반 만에 최고다. 민간소비 증가율(3.3%)도 1분기(0.4%)보다 껑충 뛰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여섯 달 연속 줄었던 신규 취업자도 6월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식시장 분위기도 좋다. 1500선을 뛰어넘은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이를 놓고 결코 들뜰 일이 아니다. 우선 하반기에 쓸 수 있는 재정은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90조원밖에 안 되는 등 재정 지출 여력이 힘에 부친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외 여건도 여전히 불확실해 상반기만큼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실물지표 호전..회복세 뚜렷
확장적 거시정책, 세제지원에 따른 승용차 판매 증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에 힘입어 2분기 경기회복세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2.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대비로는 2003년 4분기의 2.6%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분기 대비 0.1%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 -5.1% 성장의 충격에서 일단 벗어난 후 성장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게다가 실질 국내총소득(GDI) 또한 전기 대비 5.1% 늘어나 1988년 1분기의 5.7% 이후 21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희망근로 등 추경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힘입어 6월 들어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4000명)로 전환했다.
물가 또한 원자재가격 안정, 환율하락 등으로 하향 안정되는 추세로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6%로 9년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완화와 정부의 시장안정 노력 등으로 금융시장은 확연히 안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조짐이 감지되는 정도다.
주가는 1500~1600선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또한 1200원대로 내려갔다. 부도업체 또한 5월 151개에서 6월 125개로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은 4월 이후 전국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된 가운데 수도권 일부 지역은 국지적으로 불안한 양상이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조치로 지난달 중순 이후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재정지원으로 끌어올린 경제성장률
하지만 경제성장의 내용과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들춰보면 불안한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질 GDP의 경우 전기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2.5%를 기록, 작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번 성적표에 세제혜택과 재정지출 등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재정지출과 자동차 세제혜택으로 2분기 GDP 성장률이 각각 0.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데서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파격적 세제혜택으로 올 상반기 한국의 현지 자동차 판매량이 미국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고, 중국 내륙지역의 가전제품 판매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중국 특수까지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의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 수출 역시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더블딥(경기 일시 반등 뒤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이 때문에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상반기 대비 0.3%로 보고 있다. 사실상 하반기에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도 하반기 전망치로 3분기 0.5%, 4분기 0.4%를 제시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 고용이 부진하고 소득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3분기엔 미약한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저성장 기조를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 하반기 재정여력 바닥..높아지는 '더블딥' 경고음
3분기 또는 4분기에 전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란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긴 하지만 현재로선 경계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 까닭은 상반기의 회복이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붓거나 각종 혜택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성격이 강하며 하반기엔 그런 약발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반기 재정 투여 규모는 172조원이었고 하반기엔 고작 101조원 정도 여유밖에 없어 70조원 가량 축소 효과 때문에 그 자체로 출구전략 효과를 체감해야 할 판이다.
설상가상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일부 부동산 가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정책 수단과 시기 선택폭이 좁은 편이다.
결국 민간 소비와 투자가 확장적 재정정책 이후를 어떻게 받쳐주느냐에 글로벌 경제 회복의 운명이 달렸다는 뜻이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수출 여건 개선과 지속이 너무나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환율과 유가 등 우리 정부의 힘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대외변수가 상반기 우리 경제 회복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하반기에도 '도우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실장은 "민간이 재정을 대체할 만한 회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 회복돼야 우리도 회복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더블딥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도 “재정정책 수단이 사라지고, 민간투자 위축과 소비부진 지속 등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다면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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