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방북...협상국면 '물꼬트나'

2009-08-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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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4일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제2차 북핵실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미국 여기자 2명 억류 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북∙미간 대결국면이 빌 클린턴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협상국면으로 전환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언론매체들은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일행이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한∙미 정부 당국자들은 그의 방북이 지난 3월 이후 북한에 억류돼있는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한 '개인적 방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상징하는 정치적 위상을 감안할 때 북∙미간 극적인 변화의 모멘텀이 조성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빌 클린턴은 과거 대통령 재임시절 북한과의 제네바 협상을 통해 북∙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적극 나섰다. 이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대한 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은 지금의 강대강 북미간 대결구도를 대화로 전환시킬 수 있는 빅 이벤트”라며 “단순히 여기자 2명을 데리고 오는 문제를 넘어서서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전반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미관계는 부시정부 8년, 오바마정부 초기의 혼란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예전 빌 클린턴 방식으로 문제해결의 방향을 잡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과거 빌 클린턴이 말했던 것은 북한 핵문제도 해결하지만 북한 문제자체, 한반도 문제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이 북미간의 문제해결 열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 해결방법을 대화와 협상 쪽으로 인식을 전환했다는 의미다.

그는 또 “클린턴은 김정일을 만나 아주 포괄적으로 문제를 논의하고 서로 관심사를 얘기할 것”이라며 “북한 얘기를 자세히 오바마 대통령한테 전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큰 틀에서 김정일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단순히 여기자 2명의 석방 뿐아니라, 난항을 겪고 있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북미관계 전반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6자 회담을 거부하고 핵 추가개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킬 분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남북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때도 북미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김일성 주석의 전격 제안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는 등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과거의 일이 재연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과거 북∙미관계 해빙의 상징이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북측에 강력히 촉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국의 핵심 대북 현안인 개성공단 근로자 유모씨 억류 문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하고, 북측의 긍정적 대답을 끌어낼 경우 유씨 문제에서부터 남북관계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만 전념하기 위해 남측에게 오히려 더 냉랭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만 대화하고 남한과 대립하는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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