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증시 과열 논의 아직 이르다

2009-07-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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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어닝시즌이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정점으로 마무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은 어닝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놀라운 실적을 내놨다. 이 덕분에 장기간 횡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 했던 코스피도 단숨에 1500선을 넘어섰다. 미국 금융사 CIT가 파산할 것이란 우려를 마지막 고비로 증시는 이달 중순부터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경기 논쟁과 금융위기 재발 우려를 비롯한 부정적 투자심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장 관심사는 무엇일까. 아마도 코스피가 1500선에 안착한 뒤 추가 상승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현재 이 물음에 대한 열쇠를 쥔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수는 4월 4조1995억원과 5월 4조1354억원을 기록했다. 전달엔 2조원대로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24일까지 3조8230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다시 불어났다. 연간 누적 규모는 무려 15조8088억원에 달한다. 2005년부터 추세적인 매도세를 지속하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27%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30%를 넘어섰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 탓에 극단적으로 줄였던 한국시장 비중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2005~2008년 4년 동안 무려 72조2648억원을 순매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요즘 추세는 큰 의미가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바이코리아'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작년 금융위기 진행 과정에서 과도하게 주식 비중을 줄였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선진국 증시에서 외국인 평균 비중은 33.4%이고 신흥국에선 25.5%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29.5%가 적정 수준이다. 즉, 현재 30%대인 외국인 비중은 겨우 적정 규모를 회복한 것이다.

이번 어닝시즌에서 주요 상장사는 해외 경쟁사와 비교할 때 월등히 우수한 성과를 내놨다. 하반기 예상 실적은 더욱 긍정적이다. 이를 감안할 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추가적으로 매집할 가능성은 무척 높다.

하반기 외국인 동향에서 주목해야 할 다른 변수는 9월로 예정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다. 금융위기로 한때 영향력이 퇴색되기도 했지만 지금 같은 안정 국면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공식 전환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FTSE 선진지수 편입은 장기 성향을 띈 외국인 자금을 늘릴 전망이다.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핫머니보다 연기금으로 대표되는 중장기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란 이야기다. 투자전략도 신흥시장 시절엔 거시지표 중심이지만 선진시장에 편입되면 개별기업에 대한 미시지표가 전면으로 부각될 것이다.

투자 대상을 고를 때도 국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핵심 블루칩이 외국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회복은 기대가 아닌 현실이다. 기업 실적개선 행진 역시 3분기에도 유효하다. 투자자산 선호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해외 증시에서 대표적 선행지표로 평가받는 국내 증시는 여전히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다. 증시 과열을 논의하긴 아직 이르다. 게임이 끝나지 않았음에 주목해야 한다.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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