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반대하지 않으며, 대화재개에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북·미간 대화재개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6일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미국과 대립해온 북한이 뉴욕 유엔대표부를 창구로 하는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에 직접 대화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신선호 대사도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어떤 협상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북미간 대화재개 가능성을 밝혔다.
그는 또 미국과의 대화 단절에 대해 "우리 때문이 아니다"며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거부해 왔던 북한의 입장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발언 배경과 의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큰 틀에서 북·미 양자대화도 적극적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재개 입장으로 전환할 경우 북·미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첫 대화도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2월과 3월 연이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신 대사는 6자회담에 대해서는 "영원히 끝났다"며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비핵화 합의를 북한은 이행했는데도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속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재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우선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제재 국면을 전환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러시아까지 강한 대북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대화 재개라는 유화적 제스처를 통해 대북 압박을 완화시켜 보자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위기 지수를 임계점 가까이까지 고조시킨 뒤 대화 국면으로 전환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태국 푸껫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포괄적 패키지에 북미관계 정상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대화 복귀만으로는 보상이 없으며, 이미 합의했던 약속을 다시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보상은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을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