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상장사가 깜짝실적으로 주식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국내ㆍ외 주요 예측기관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달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금융ㆍ증권업계는 아직 경기침체 재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10대 상장사 순익 65% 증가=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는 올해 순이익 16조442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작년 9조9426억원보다 무려 65.4% 늘어난 것이다.
실적호전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코스피는 연초 1124.47에서 전날 1488.99로 32.41%나 급등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가는 주요 상장사에 대해 하반기에도 실적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코스피 예상치를 1600~1700선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올해 10대 상장사 예상 실적은 2004~2007년 순이익 평균인 22조2790억원과 비교할 때 여전히 저조하다.
시총 1위 삼성전자 순이익은 작년보다 13% 증가한 6조2213억원으로 예상됐다. 이 역시 2004년 10조7870억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다만 실적 전망치가 갈수록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신증권은 코스피200 소속 152개 상장사에 대한 순이익 전망치를 4월 초 38조8819억원에서 전날 46조1545억원으로 7조2726억원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순이익 전망치도 2조65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뛰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IT주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여기엔 환율 영향이 컸지만 세계적인 경기부양으로 늘어난 수요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韓 경제성장 전망 2.3%P 상향=기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10개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월 말 평균 -4.3%에서 -2.0%로 2.3%포인트 높였다.
금융연구원도 당초 -2.8%에서 -1%대 후반으로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2분기에는 재정투입 효과가 컸고 수출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며 "금융 위기가 다시 진행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9월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조정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 발표 이후 고용 여건이 개선됐고 경기 회복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회복은 아직 미지수=기업실적이 작년보다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실물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탓이다.
민간 설비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위기 재발, 이중 침체(더블딥),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 중소기업 경영난 심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대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매출 전망을 물은 결과 겨우 20%만 상반기보다 호전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반기 수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25%로 나아질 것이란 답 15%보다 훨씬 많았다.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달 경기실사지수(BSI) 전망 역시 98.7로 석 달만에 100을 밑돌았다. BSI 전망치가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전망한 기업이 더 많은 것이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달 BSI 전망치가 떨어진 것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재정이 상반기에 65%나 공급돼 여력이 많지 않다"며 "3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기업실적 개선폭이 예년 수준에 못 미치는 점도 부담스럽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기업 실적도 그다지 좋다고 보기 어렵고 펀더멘털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며 "2분기는 반짝 성장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